불통의 먹구름, 갈등의 파열음이 15일 국회를 휘감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967년 이후 53년 만에 다수당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을 착착 실행했다. 미래통합당은 피해자를 자처하며 대화의 끈을 놔버렸다.
협상다운 협상은 없고 공허한 설전만 오간 하루였다. 양당은 자기 논리만 내세우며 여론전에만 몰두했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밀어붙이기를 합리화했고, 통합당은 ‘여당이 의회 독재의 길을 가려 한다’며 민주당을 무력하게 비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참전했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했다”며 “통합당에 시간을 최대한 줬으니 이제 갈 길을 가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문민정부 이후 30년간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했고, 법사위는 야당 몫으로 돌아가는 게 관행이었다”며 “여당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게 많아서 (법사위를 통해)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양당 초선의원들은 경쟁적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압박했다. 민주당 초선 11명은 박 의장에게 “일하는 국회를 위해 오늘 반드시 상임위를 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통합당 초선들이 의장실 문을 두드렸다. 박 의장은 “국민에게 오늘 반드시 원 구성 관련 안건을 처리한다고 약속했다”며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 방침을 못박았다. 박 의장은 지난 주 두 차례에 걸쳐 상임위원장 선출 ‘디데이’를 연기하며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한 터였다.
양당 원내사령탑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당은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는 데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태년 민주당ㆍ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 의장 주재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설전만 주고 받았다. 협상은 30분도 채우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하겠다고 통합당에 통보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일당 독재’를 비판하는 대국민성명을 발표했다. 주 원내대표는 “헌정사에 길이 남는 오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협치를 하고 싶었지만, 그 마음도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수의 힘’으로 민주당에 대적할 수 없으니, 차라리 밟히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 원 구성 협상 초기부터 세운 통합당의 전략이었다.
통합당은 본회의 시작 직전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본회의장 입구를 중심으로 대형 인간 띠를 둘렀다. ‘단독개원 강행, 국회 독재의 시작. 이제 대한민국에 국회는 없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바닥에 펼친 채였다. 오후 6시에 맞춰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말뿐인 협치, 민주주의 말살하는 문재인은 사과하라”며 규탄 구호를 외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응하지 않았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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