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 된 이후 3달 만에 재개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신스틸러’는 준우승을 한 콜린 모리카와(23ㆍ미국)였다. 대회 막판 1m도 채 되지 않는 퍼트를 연달아 실패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다. 경쟁자의 어이없는 실수로 3년만의 우승을 확정하게 된 대니얼 버거(27ㆍ미국)는 기쁨을 한껏 표현하진 못했으나, 자신만의 플레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며 값진 우승을 맛봤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최종 4라운드가 끝난 뒤 PGA 투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각종 골프채널에선 버거의 위닝 퍼트 대신 모리카와의 짧은 거리 퍼트 실패 장면으로 도배됐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하필 결정적인 순간에 연달아 나온 게 되레 뉴스거리였던 셈이다.
버거와 모리카와는 15언더파 265타 공동 선두로 정규 18홀을 마친 뒤 17번 홀에서 1차 연장전을 펼쳤는데, 파를 먼저 성공한 버거에 이어 시도된 모리카와의 1m 남짓 거리 파 퍼트가 애석하게도 홀 오른쪽을 빙글 돈 뒤 들어가지 않았다. 연장 2차전으로 갈 기회를 놓쳐버린 모리카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했지만, 누군가를 탓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앞선 18번 홀에서 나온 비슷한 실수만 없었다면 연장전까지 올 필요도 없었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장전 이전까지의 4라운드 후반 막판 우승경쟁은 ‘숏 퍼트 집중력 테스트’나 다름없었다. 막강한 우승후보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숏 퍼트를 실수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한 명씩 이탈하곤 했다. 특히 4라운드 초반부터 꾸준히 우승경쟁을 펼쳤던 잰더 셔플리(27ㆍ미국)는 17번 홀에서 1m가 채 되지 않는 퍼트를 놓친 뒤 망연자실했다. 이번 시즌 1m 이내 퍼트를 100%성공했던 그였기에, 본인은 물론 보는 이들도 깜짝 놀랐다.
스타들의 숏 퍼트 실수 때문에 어부지리로 우승을 거머쥔 모양새지만, 돌이켜보면 버거의 우승은 자신만의 플레이를 완벽히 해내며 뚜벅 뚜벅 끝까지 걸어 온 결과였다. 지난해까지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던 그는 부상을 잡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는 3월 투어 일정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3개대회 연속 톱10을 기록하면서 ‘조용한 강자’로 올라섰다. 버거는 “(최종일에)포기하거나 압박을 줄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았지만, 나는 그 곳에서 버텼고 오늘 지난 6년 동안 했던 가장 훌륭한 골프를 펼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임성재(22ㆍCJ대한통운)는 이번 대회에서도 최종합계 11언더파 269타를 기록, 공동 10위에 오르며 시즌 6번재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1위를 지켰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NULL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