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강 버드나무 백화현상으로 말라 죽어
“어족자원 고갈” 인제서도 대책 마련 목소리 커
15일 오전 철새 군락지로 잘 알려진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3교 버드나무숲. 새카만 민물가마우지 떼가 빼곡하게 둥지를 틀었다.
몸길이 80㎝ 가량에 온몸이 검은 민물가마우지는 나무가 있는 내륙의 저수지 등을 번식지로 이용하는 물새다. 겨울철새로 알려진 가마우지는 10여년 전부터 민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한 소양강의 터줏대감이 됐다.
시선을 돌리자 여름이 왔음에도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버드나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개체수가 늘어난 새들의 배설물로 인해 나무가 죽어버린 것. 이른바 백화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민 김모(67)씨는 “가마우지 개체수가 볼 때마다 늘어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며 “죽은 나무가 적지 않은 것을 보니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소양강 일대에 서식하는 민물가마우지가 1,500마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인제군도 마찬가지다.
3~4년부터 소양호 상류에 둥지를 튼 가마우지들이 민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금 상태로는 내수면 어족자원의 고갈을 가져오는 등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게 인제군과 주민들의 얘기다.
앞서 인제군을 비롯한 강원 영서지역 시군 어업인들이 지난해 4월 ‘내수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가마우지 퇴치를 위한 유해동물 지정 건의서명부’를 환경부에 전달했다.
춘천시 역시 최근 환경부에 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의 관심 필요종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인위적 개체 수 조절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배설물이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백화현상을 막기 위해 세척작업도 했지만, 별다를 효과를 보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인제군은 “왕성한 번식력과 함께 우리나라 텃새로 정착한 가마우지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전반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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