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때 폐기된 ‘5종세트’ 재추진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양상을 보이자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전ㆍ월세 상한제 등 20대 국회에서 처리 못한 관련 법안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14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고 21대 국회가 정상 가동되는 대로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시행을 위한 ‘5종 세트’ 법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 3.2→6.0% 인상(종부세법) △1주택자 9억원 초과 주택 장기 매도 시 양도세 감면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거주기간’ 추가(소득세법) △주택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이 골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서두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20대 국회 막판에 발의된 이들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임기만료와 동시에 자동폐기 됐다. 야당의 반대도 있었지만 4ㆍ15 총선을 앞두고 표심 이탈을 우려한 민주당이 입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 컸다. 특히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1주택자 종부세 감면’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낙연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도 이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규제 중심으로 원위치 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우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고,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1일)을 앞두고 나왔던 ‘절세용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수도권 집값이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내년부터 본격화 할 대선 국면을 앞두고 올해가 규제 입법을 추진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총선 때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던 민주당 ‘강남3구’ 출마자 7명이 모두 낙선해 당 내부에서 제동이 걸릴 상황도 아니다. 당의 한 3선 의원은 “종부세 완화를 얘기할 사람 자체가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ㆍ월세 신고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전ㆍ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보호 3법’ 도 준비 중이다. 박주민 의원은 세입자가 2년의 전세 계약 이후 중대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에게 무기한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후덕 의원도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보장하는 개정안을 냈다. 두 개정안 모두 임대료는 기존 계약의 5% 이내로만 증액할 수 있다. 안호영 의원은 조만간 전ㆍ월세 신고제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다만 이들 법안 중 일부는 세입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라는 논란도 있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강남 3구’ 의원을 중심으로 종부세율 인하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강남갑)은 1주택자를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배현진 의원(송파을)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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