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강경한 언사를 동원해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 중국은 “앞으로 상황이 바뀌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풀릴 것”이라며 한미 양국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일본은 ‘내부 결속용’으로 평가하면서도 “군사도발을 시사한 것”이라며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CCTV 등 중국 매체들은 14일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전날 발언을 가감 없이 보도했다. 또 ‘남북 연락사무소 폐지’, ‘북한의 보복’ 등 북측 주장을 충실히 인용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린하이둥(林海東) 시사평론가는 “북한이 대북 전단지 살포 문제를 들고 나온 건 핑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남북 경제협력, 특히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돼 경협 논의가 본격화하면 북한의 화가 많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월 이후 국경마저 봉쇄해 경제난이 가중된 북한이 끝없는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데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미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 경고 메시지의 톤을 높였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외교부는 앞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현재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은 미국이 상응하는 응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북한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항의표시나 마찬가지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올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임을 앞두고 주민들의 불만 단속과 내부 결속 강화 차원에서 대남 압박과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얼마든지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산케이신문은 “2018년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거나 군사분계선(MDL) 주변 군사력을 증강시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북한의 발언과 행동은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와 함께 내부 상황을 의식한 엄포”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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