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디시장 나흘 만에 51명 확진… “수입연어 다룬 도마서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수도 베이징을 급습했다. 도매시장을 매개로 감염자가 폭증해 바이러스 확산 초기인 지난 1월 후베이성 우한의 모습과 닮았다. 베이징시는 일부 지역에 ‘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방역 수위를 높이면서도 코로나19 ‘2차 유행’은 아니라며 불안감을 달래려 부심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전날 57명이 코로나19에 새로 감염됐다”면서 “베이징 36명을 포함한 38명이 본토 확진이고 나머지 19명은 해외 유입 사례”라고 밝혔다. 앞서 56일간 신규 확진 환자가 없어 위험등급을 낮췄던 베이징은 11일 1명을 시작으로 12일 6명, 13일 36명으로 감염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날 확진자 36명 가운데 27명은 신파디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이었고, 나머지 9명도 시장을 들렀거나 이들과 접촉한 경우였다. 또 베이징시는 이날 오전 0~7시 시장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8명 더 확인됐다고 밝혀 나흘 만에 시장 연관 확진자는 총 51명으로 늘었다. 신파디는 베이징 4대 시장의 하나로 시민 2,000만명에게 야채ㆍ과일의 70%와 돼지고기의 10%를 공급한다. 하루 유동인구만 5만명을 넘는다. 코로나19가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지역사회로 전파된 것과 유사한 집단감염 양상이다.
중국은 상징성이 큰 수도 베이징이 청정구역에서 위험지역으로 바뀌자 우한의 공포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베이징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보건당국은 “수입 연어를 처리하던 도마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면서 “채소ㆍ과일이나 소ㆍ양ㆍ돼지고기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우한시장에서 팔던 야생동물과 달리 신파디시장의 수산물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이(朱毅) 중국농업대학 부교수는 “사람과 물고기가 함께 걸리는 전염성 질환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연어 자체가 아닌 외부 요인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연어 수입국으로 지난해 수입물량은 8만톤 가량이다. 노르웨이 연어의 경우 지난 4월부터 한달간 수입량이 44%나 늘었다. 따라서 수입ㆍ유통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준요(吳尊友)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전문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번 바이러스가 과거 베이징의 것과 같은지 아니면 미국ㆍ유럽과 같은 종류인지부터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에 따라 해외 유입으로 책임을 돌릴 수도 있는 셈이다.
중국은 그러면서도 추가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신파디시장이 위치한 펑타이구를 포함한 주변지역에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람과 화물의 이동을 차단했다. 시장 상인 등 1,940명과 표본 5,424개를 검사하고 수산물 검역은 물론 시 전체 주민의 이동경로 파악도 강화했다.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연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등 주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과일ㆍ채소 비축물량이 충분하다”면서 사재기 방지 등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주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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