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 기후변화 아열대 작목육성 결과
국내 생산량 대부분이 기온이 높은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는 열대 과일 바나나가 전남 해남 땅끝마을로 향한 길목인 북평면 한 농장에서 첫 출하를 앞두고 있다.
14일 오전 신용균(74)ㆍ홍홍금(70)씨 부부가 운영한 1,980㎡하우스안에는 5~6m씩 키가 자란 나무에 바나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7월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이들 부부가 지난해 식재한 470주에는 대부분 10단으로 열리는 바나나와 달리 13~15단까지 열매로 가득 찼다. 이로써 해남도 바나나 산지가 된 것이다.
해남지역은 신씨 농가를 포함해 4농가 1㏊면적에서 바나나가 자라는데 신씨 부부가 첫 수확이다. 1년생부터 수확이 가능하지만 생육이 좋을 경우 보통 2년에 3회 정도 수확한다.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성숙한 뒤 따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다. 더욱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돼, 고온이나 농약으로 살균처리하는 수입산(전체수입 50%)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국내산 비중은 0.3%에 불과해 수입산 바나나에 비해 가격도 두배 이상이다.
특히 해남 바나나 재배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 작목의 급속한 확산을 보여주는 계기로 관심이 뜨겁다. 내륙에선 처음으로 시도되는 바나나 농사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전국의 농업관련 기관ㆍ단체는 물론이고, 아열대 작목에 관심있는 농업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신씨는“13세때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지난 60년간 국내 기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체감한다”며 “따뜻한 해남의 기후가 다른 지역보다 시설비나 난방비가 크게 들지 않아 바나나 농사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씨의 성공은 발빠른 해남군 농업정책이 한몫 했다. 군은 농가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한 아열대 작목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내 ICT첨단하우스 2개동 1,000㎡에 바나나와 커피, 파인애플, 파파야, 올리브, 용과 등 다양한 작목에 대한 실증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군은 무화과 23㏊를 비롯해 참다래와 여주 등 아열대작물의 재배면적 125㏊로 전남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반도 기후변화의 관문인 해남은 아열대 작목 재배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하고, 농가의 기반이 탄탄한 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연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해남=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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