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법 사건에 대해 “여러 사실과 기록들이 모아지고 있다”고 감찰 착수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안에선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감찰부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잇따른다.
한 감찰부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총리 사건을 “감찰부장으로서 담당, 처리 중인 사건”이라 언급하며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돼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대검 감찰부는 징계, 감사 외에도 수사권이 있어 검찰 공무원의 비위 조사 중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수사로 전환해 각종 영장청구,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며 감찰부에 수사권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공개가 원칙인 감찰 직무 관련 내용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다. 통상 감찰은 착수 여부조차 비공개로 진행되고, 징계로 결론이 난 이후에도 비위사실이나 실명 공개 등은 징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형법이 아닌 내부 규정 위반만으로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상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더 엄격하게 따지는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 소속의 한 부장검사는 “한 감찰부장은 글에서 마치 감찰의 객관적인 사유가 있고, 감찰이 진행되는 것처럼 언급했다”며 “실제 감찰이 진행 중이라면 감찰 보안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이미 감찰부의 권한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 총리 측은 2011년 재판 당시 법정 증인으로 섰던 A씨가 검찰의 압박에 의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검사 징계 시효는 이미 지났다. 감찰부에 수사권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징계를 전제로 감찰을 진행하던 중 범죄사실이 발견된 때에 한정된다는 게 검찰 안팎의 설명이다.
특히 한 전 총리 관련 진정 사건은 이미 서울중앙지검 전담팀에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데, 한 감찰부장이 사건 결론에 예단을 주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재판에 검찰이 위증을 강요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감찰부장이 감찰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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