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산 무인기(드론) 판매 확대를 위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규정을 재해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1987년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MTCR은 이후 우리나라, 러시아 등을 포함해 총 34개국이 가입해 있다.
로이터는 현행 MTCR에서 무인기를 고도의 수출 제한을 받는 순항미사일로 분류하는 규정 해석을 변경하려는 미 정부의 계획을 전했다. 무인기가 MTCR 관할권 밖의 하위 범주로 빼는 것이 목표다. 미 정부의 계획대로면, 미 방위산업체인 노스롭 그루먼의 ‘글로벌 호크’와 제너럴 아토믹의 ‘리퍼’ 등 시속 800㎞ 이하 드론의수출길이 넓어진다. 리퍼의 경우 올 1월 미군이 이란의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살해 당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기종이다.
로이터는 규정 해석이 바뀌면 지금까지 이 같은 드론 구매가 금지됐던 요르단이나 아랍에미리트 등 상대적으로 정세가 덜 안정된 정부에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과 이스라엘 등 MTCR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에도 판매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미국산 대형 무장을 한 드론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영국, 프랑스, 호주뿐이었다.
MTCR 규정 재해석 작업은 결국 무기 수출 규제를 정비하고 각종 국제 무기조약에서 연이어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들과 같은 선상에 있는 셈이다. 연간 무인기 판매, 연구 및 개발 관련 금액은 올해 158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9년에는 200억달러(약 24조원)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이디 그랜트 국방기술안보청장은 로이터에 MTCR 재해석 여부에 관한 언급을 피했지만 “(드론)수요 증가에 부응하지 못하는 건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산 드론 판매 확대를 바란다는 의미다. 이어 “(드론 판매 확대가) 동맹국들이 테러리즘과 싸우고 국경 통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상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상무부,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 관계부처가 해석 변경에 동의했고 올 여름 이에 맞게 첫 드론 판매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는 오는 16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검토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중동과 남아시아 등 지역의 불안정성을 부추길 위험이 크다는 게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레이철 스톨은 “무장한 드론의 판매 확대로 세계적인 갈등은 커질 수 있다”면서 “이런 무기가 미국의 통제를 한번 벗어나면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무기가)어떻게, 또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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