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인터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주변 가정에서 아이가 심하게 울거나 어른들의 고함치는 소리가 잦으면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니 112로 신고하세요.”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9세 아이 2명이 참담한 아동학대 피해를 당했다. 천안에서는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을 갇힌 A군이 숨졌고, 창녕에서는 집에서 목줄을 푼 B양이 빌라 4층 지붕을 타고 옆집 베란다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다.
국민적 공분이 분출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윤혜미(61) 원장을 만나 아동학대 예방과 제도 보완 등에 고민을 들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훨씬 더 높여야 한다.” 아동복지 전공 교수 출신인 윤 원장의 첫마디였다. 그는 올해 1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장에 취임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학대 등 공공과 민간에 위탁했던 8개 아동복지 지원사업을 통합 운영하는 기관이다.
그의 걱정대로 올해 3, 4월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9%, 17.2%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을 주로 받다 보니 신고 의무자인 교사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대폭 줄었던 탓이다. 그는 “서로가 주변의 아이들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이런 비극적 사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그는 아동학대 사건 처리에 있어 경찰의 감수성을 부쩍 강조했다. “경찰의 직무 특성 상 범죄 여부 관점에서 사건을 대하는 건 이해하지만 아동학대는 생명과 직결돼 학대의심 사건에서 지금보다 더 엄중한 대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두 사건 후 학대 부모로부터 아동을 일시 보호시설로 격리시키는 ‘분리보호’ 조치 요구가 들끓고 있다. 이에 대해 “그 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꼬치꼬치 물어보고 낯선 곳에서 지내는 건 트라우마일 수 있어 능사는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사건의 잔혹성으로 심각성이 재차 환기되고 있지만 아동학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단 건수는 2008년 5,578건에서 2018년 2만3,169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아동학대 증가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 데 따른 복합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는 “아동학대 예방에 중요한 지표인 아동학대 발견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국과 호주는 아동 인구 1,000명 대비 아동학대 아동 수가 9명 꼴인데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2.98명으로 3분의 1의 수준이다.
최근 사건과 관련, 법무부는 민법에서 부모의 아동 징계권 조항 삭제를 추진하는 등 더욱 강력한 아동학대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10월부터는 관련법 개정으로 지자체 소속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직접 사건을 다루게 된다.
윤 원장은 “제도 개선은 반기지만 전부는 아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정부 조치가 현실화되면 다소 나아지겠지만 근본 해결책은 자녀를 어른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인격 존중이 최선의 아동학대 예방법이라는 명료한 메시지였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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