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캐슬, 사실은?] 주니어 변호사들 사건 40~50건씩 맡아… 새벽 3시 퇴근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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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캐슬, 사실은?] 주니어 변호사들 사건 40~50건씩 맡아… 새벽 3시 퇴근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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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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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들의 일상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간이 조명될 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법조계. 철저히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세상에는 속설과 관행도 무성합니다. ‘법조캐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일보>가 격주 월요일마다 그 이면을 뒤집어 보여 드립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에 근무하는 1,2년차 신입변호사들. 이재성(왼쪽부터) 변호사, 임철갑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이진솔 변호사, 김용욱 변호사, 유한석 변호사, 김지현 변호사, 김윤민 변호사. 왕태석 선임기자

낮에는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넓은 고층 사무실에서 핏이 딱 맞는 명품 정장을 입고 업무를 보다 밤에는 고급 바에서 위스키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하루를 돌아보는 일상. <하이에나> <슈츠> 등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일과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기본값’으로 묘사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부각되는 화려한 면이 이들 삶의 전부는 아니다. 특히 이제 막 대형 로펌에 발을 내디딘 신입 변호사들의 일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뒤 맞닥뜨린 세상은 밤낮 없이 쏟아지는 일로 점철된 또 다른 정글일뿐이다. 솔직한 내막을 털어놓아 줄 법무법인 세종의 1, 2년차 신입변호사 8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종은 연 매출 상위 5위권에 속하는 국내 대형 로펌 중 하나다.

◇인당 40~50건은 기본… 회의 준비ㆍ사건 리서치도 신입 몫

입사 2년차로 소송에 관한 사무나 업무를 주로 다루는 송무부 소속 이재성(30ㆍ변호사시험 8회) 변호사의 일상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새벽 1~2시쯤 마무리된다. 신입인데 뭐가 그리 바쁘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2년차부터 짊어진 사건 수가 인당 40~50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도 인터뷰를 진행한 2일 기준 사건 수가 40개를 돌파했다. 하지만 사건 관련 업무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이 변호사의 오전은 주로 전날 저녁이나 밤 늦게 파트너 변호사(입사 7~10년차의 구성원 변호사)들이 남긴 지시를 처리하고 밀려든 이메일에 답장하며 흘러간다. 중간에 의뢰인 전화응대까지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 재판 있는 날에는 잔업이 오후까지 밀려 더 정신이 없다.

한 번 시작하면 짧게는 10분, 길어지면 3시간 넘는 오후 회의 준비도 신입 몫이다. 회의 중간에 참여하거나 불참한 파트너 변호사를 위해 회의록을 정리해야 해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고 한 숨 돌리려 하면 파트너 변호사들이 찾아와 리서치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긴 호흡을 요구하는 서면은 주말에 출근해 7~8시간씩 집중해야 겨우 마감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공정거래 분야 자문ㆍ송무 담당인 2년차 김정민(31ㆍ8회) 변호사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일 인터뷰 때 “이틀 연속 새벽 3시에 퇴근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해외 출장 간 파트너 변호사나 해외 로펌이 밤늦게 급하게 업무 요청하는 때가 종종 있어 항상 메일과 전화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체투자그룹 자문을 맡고 있는 2년차 이진솔(26ㆍ8회) 변호사도 “고객사 대부분이 자산운용사이다 보니 일의 호흡이 빠르고, 오후 늦게 갑자기 일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휴가도 진행 중인 거래나 고객사 사정에 맞춰야 해 남들 다 가는 때에는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유) 세종의 1,2년차 신입 변호사들. 김용욱(왼쪽부터) 변호사, 유한석 변호사, 김지현 변호사, 김윤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이진솔 변호사, 임철갑 변호사, 이재성 변호사. 왕태석 선임기자

◇검찰청ㆍ법원 아닌 ‘로펌행’ 택한 이유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초보 법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군은 검사나 법원의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선호 직군을 마다하고 로펌 변호사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 당시만 해도 검사를 희망했다는 2년차 임철갑(28ㆍ8회) 변호사는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로스쿨 진학 뒤에야 법조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생겼는데,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면 로펌은 사조직이라 분위기가 한결 자유로울 뿐 아니라 각자 분야가 확실해 전문가로 존중 받을 수 있다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로클럭은 2년제 계약직인 점이 허들이었다. 어차피 다시 변호사 취업을 준비해야 해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내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로펌에서는 변호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출에 직접 기여하기 때문에 조직의 중심에 있는 반면, 사내 변호사는 해당 기업의 사업 지원 등 부수적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다양한 전문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꼽은 대형 로펌의 장점 중 하나다. 1년차 유한석(29ㆍ9회) 변호사는 “검찰은 형사 쪽으로 업무가 집중된 반면 대형 로펌에서는 형사뿐 아니라 굵직하고 다양한 사건들을 두루두루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단순 민형사 외 전문분야 다양

드라마나 영화 속 에피소드는 주로 형사 사건에 집중되지만, 대형 로펌이 다루는 영역은 국제통상 및 관세, 건설 부동산, 조세,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국제중재, 해외ㆍ외국인 투자, 금융시장 규제 및 인허가 등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세종의 경우 10년 전부터 ‘미디어콘텐츠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임상혁(51ㆍ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가 대표 주자다.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단골로 따라 붙는 임 변호사는 최근 가수 유승준씨의 비자발급 거부 소송을 맡아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연예인의 사적 문제나 계약 관련 소송이 전부였다면 요즘은 콘텐츠 미디어 산업군에 대한 자문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콘텐츠 산업 자체가 꾸준히 커지고 있어 관련 법률시장 전망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분야별 전문성은 입사 전 각종 전문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미리 발판을 닦을 수도 있지만, 자격증이 없더라도 입사 후 꾸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 팀에서 일하는 1년차 김지현(26ㆍ9회) 변호사는 “변리사 자격증이 없지만 그렇다고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팀 선택에 제한을 받는 건 아니다”며 “도리어 저연차 때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관심 분야를 찾고, 그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꾸려져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전관은 도장만 찍는다?... “옛날 얘기”

대형 로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건 비단 신입만이 아니다. 판ㆍ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도 못지 않게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부장판사 출신의 이병한(56ㆍ24기) 변호사는 “업무 방식은 기존 파트너 변호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중요사건 서면은 직접 쓰기도 하고, 영장심사 일정이 갑자기 잡히는 경우에는 구성원들과 함께 밤을 새며 의견서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무 시간도 보통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로 결코 짧지 않다. 이 변호사는 “사건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서면에 이름만 올리는 경우는 아예 있을 수가 없다”며 “전관을 예우해주는 것도 옛날 얘기일 뿐, 도리어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사건기록도 더 열심히 보고 변론도 더 신경 써서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의 변옥숙(40ㆍ31기) 변호사 또한 대형 로펌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언급하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쉽게, 적당히 해서는 결코 버틸 수 없다”며“전관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온 사람 중 한 명일 뿐이기 때문에 기존 구성원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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