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릴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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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릴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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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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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충남 천안에서 아홉 살 소년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이나 감금된 후 안타깝게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친부와 계모가 7세 남아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은폐를 위해 암매장까지 한 끔찍한 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었다. 자신들이 낳고 키우던 아이를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학대하는 야만적인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아동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민법’에는 친권자가 자기 아이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규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부모에게 부여된 징계권을 남용할 경우에 그것을 적절하게 모니터링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면 아동 학대는 예방하기가 어렵게 된다.

트래비스 파인(Travis Fine) 감독의 영화 ‘초콜릿 도넛(Any day now)’에서 마약중독자인 편모 밑에서 사는 마르코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이를 홀로 집에 두고 외박을 서슴지 않던 엄마가 마약 소지죄로 구금되는데 외톨이로 집 밖을 떠돌던 마르코는 진정한 사랑으로 품어줄 수 있는 커플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법원은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만으로 끝내 입양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친모에게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마르코는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해요”를 되뇌며 거리를 헤매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아동 학대를 고발해도 무조건적으로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잘못을 뉘우치고 잘 양육하겠다는 부모에게는 아이를 다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원(原)가정 보호 원칙’을 준용한다. 그러나 폭력이라는 것은 늘 반복되기 마련이다.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들의 상당수는 다시 아동 학대의 악순환에 시달리다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에서는 ‘모든 아동은 부모에게 양육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아이는 시설에서 보호를 받는 것보다는 부모의 사랑이 더 절실하다. 그러나 과연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사랑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아동 학대는 단순히 그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다양한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끔찍한 범죄라고 말할 수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를 폐쇄한다는 정유정 작가의 ‘28’이란 소설은 사실적이고 미래 예측적이다. 친아버지의 학대 속에 양육된 아이가 성장하면서 동물을 학대하고 결국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격의 악인으로 변해가는 것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부모의 무관심이나 지나친 기대가 인간을 철저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국의 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라고 했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지옥 같은 삶을 미리 경험하면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당하고 있다. 더구나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부모는 어렸을 때 피해자였던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폭력의 대물림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부모도 훈육을 한다는 미명하에 꽃으로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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