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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스트레스 극복, 가장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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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스트레스 극복, 가장 중요한 것은…

입력
2020.06.15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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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교수의 마음거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의 개인 방역 5가지 수칙을 발표하였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 30초 이상 손 씻기, 하루 두 번 이상 환기하기,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가 그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기본 지침이다.

이 기본 지침은 사실 정신건강의 기본지침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마음이 아프면 일단 잠시라도 쉬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본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마음에도 유지해야 할 간격이 있다. 적당히 가까운 거리는 배려와 관심이 되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간섭이 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9명의 예술의 여신들, 즉 ‘뮤즈’의 어머니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다. 기억은 인간의 정신활동의 근간이 되는 요소이며 한 사람이 스스로를 ‘나’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쌓여 온 기억들의 집합체이다. 내가 기억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나는 때로 매우 다른 모습이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기억의 상실이 생길 수 있다. 치매 환자들은 지나간 일들을 잊어버리는 후향적 기억상실(retrospective amnesia)을 겪고, 과음을 하면 술 마신 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적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을 경험하기도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그 당시 상황만 잊어버리는 선택적 기억상실(selective amnesia)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에서 연출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삭제하고 싶은 기억을 없앨 수 있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의 존재, 그리고 무의식의 영향으로 인해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어떤 기억은 무의식 수준까지 억압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필요 이상으로 의식의 단계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

천재지변이나 현재 코로나 상황처럼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건은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발생 기간에 따라 급성 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disorder)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한다. 환자들은 사고 자체를 부정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당시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거나 악몽을 꾸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의 심리적 지지체계이다. 과거에는 전쟁, 역병, 홍수, 가뭄 등을 겪었을 때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같이 아파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도시화되고 개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 간의 심리적 지지를 일정 부분 치료체계가 대신해 주어야 한다.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기억을 얻기 위함이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족시키고 추억은 비싼 값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의 값어치를 지닌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기도 한다. 여력만 된다면 마음대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과거의 상황과 비교한다면 지금이 불행하겠지만, 미래에 기억되는 오늘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기억은 결국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리학 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에 비가역성이 반드시 존재함을 증명한다. 역사상 큰 변화를 일으켰던 사건들이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연은 스스로 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수리가 활강할 때는 최대한 날개를 펼치고 공기 변화의 흐름을 탄다. 그것이 최소한의 에너지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다치면 자기만의 보금자리로 들어가 상처를 치유한다. 각자의 심리적 상처가 있다면, 보듬어 주어야 할 기억이 있다면, 이럴 때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김정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정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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