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전기트럭 양산” 한마디에 급등, 도요타 제치고 ‘시가총액 킹’
4차 산업혁명 핵심플랫폼 기대… LG화학 등 국내 부품업체도 미소
미국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급기야 제너럴모터스(GM)와 다임러(벤츠)에 이어 도요타까지 따돌리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단순한 전기차 판매 업체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핵심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잠재성장성이 테슬라 주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10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8.97% 상승한 1,025.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19일 900달러 선을 넘어선 이후 약 4개월 만에 1,000달러 고지마저 돌파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대형 전기 트레일러 트럭 ‘세미’의 조기 양산 소식 때문이다. 2017년 11월 공개된 세미는 36톤 화물을 싣고 800㎞ 주행이 가능한 데다, 부분 자율 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까지 탑재했다. 미래 물류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트럭으로 기대됐지만, 출시 일정이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실망감만 커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직원들에게 “테슬라 세미를 전력을 다해 대량생산해야 할 시기”라고 이메일을 보낸 게 알려지면서 테슬라 주가도 급등했다.
이날 테슬라는 시가총액이 1,901억달러(약 227조원)를 넘어서면서 도요타(1,823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 1월 22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자동차 업계 시총 2위로 올라선 지 5개월 만이다. 테슬라는 이로써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불리는 GM(411억달러), 포드(271억달러), FCA(198억달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의 몸값을 보유하게 됐다.
올해 테슬라 주가는 ‘N’자 모양으로 움직였다. 연초에는 지난해 전기차 판매 호조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900달러 선까지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 18일 주가는 361.22달러까지 추락했다. 주가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급락하는 동안 전기차 판매만 증가하자 4월말엔 다시 800달러선까지 올랐다. 이어 5월30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및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900선을 넘었고 본격적인 상승세에 올라탄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테슬라 주가 상승을 두고 △전기차 판매 증가 △혁신적 비전 제시 및 실현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모델S·X·3·Y 등 네 종류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8만8,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5월까지 4,25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312.6% 성장했다. 특히 모델3는 중국, 미국, 한국 등 각국 전기차 시장을 휩쓸면서 1분기에만 7만1,513대가 팔렸다. 이는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2위인 르노 ‘조에’(2만711대)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반기 중형 SUV 전기차 ‘모델Y’ 글로벌 판매가 시작되면 올해 역대 최고 실적도 점쳐지고 있다.
테슬라는 조만간 ‘100만마일(약 160만㎞)’ 배터리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수명이 5배 이상 늘어난 제품이다. 가격도 1㎾h 당 100달러 수준으로 공급해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차이가 없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텍사스에 ‘기가팩토리’의 30배에 달하는 ‘테라팩토리’도 건설도 검토 중이다. 해당 계획이 실현되면 연간 1,400만대 생산이 가능해진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C.A.S.E(커넥티비티·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차세대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서 ‘차량공유’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머스크 CEO 계획대로 올 연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금까지 판매된 모든 전기차를 ‘로보택시’로 운영하고, 배터리 혁신까지 가져온다면 주가뿐만 아니라 미래 시장 주도권도 테슬라가 가져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국내 부품업체들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LG화학은 중국향 테슬라 차량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또 만도는 테슬라에 조향장치를 공급하고, 한온시스템은 공조장치를 납품한다. 이 밖에도 차량과 바퀴를 연결하는 알루미늄 부품을 제조하는 ‘센트랄모텍’, 섀시 부품을 제조하는 ‘엠에스오토텍’,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부품을 만드는 ‘아모그린텍’ 등이 주요 부품협력사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 업체들이 품질 대비 저렴한 단가로 테슬라 모델S·X 등에 납품하고 있다”며 “다만 신차종인 모델3·Y에 납품 품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국내 부품업계에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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