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시위 확산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안면인식 기술 사업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IBM이 관련 사업을 접기로 한 데 이어 아마존은 경찰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거대 IT 기업들이 변화의 물결에 선언적 성명 발표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10일(현지시간) 경찰의 자사 안면인식 기술 ‘레코그니션’ 사용을 1년간 유예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의회가 보다 강력한 안면인식 기술 관련 규제안을 마련할 시간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경찰개혁법안에는 연방 법 집행기관의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반의 레코그니션 서비스를 2018년부터 경찰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에 납품해왔다. 아마존은 “실종된 아동을 찾고 범죄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유색인종 인식 오류가 잦아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존과 가장 먼저 레코그니션 사용 계약을 한 오리건주(州) 워싱턴카운티 보안관 사무국은 이날 해당 서비스의 이용 중단을 공식화했다고 공영방송 NPR이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IBM은 “안면인식 기술이 인종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며 “관련 연구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미 의회에 밝혔다.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IT 기업들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인종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백인 배우가 흑인 분장을 하고 나오는 ‘마이티 부시’의 방영을 전격 중단했다. HBO맥스도 인종차별적 묘사가 담겼다는 비판을 받아온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콘텐츠 목록에서 삭제했다. 플로이드를 코로나19에 빗대 ‘플로이드-19’로 표현한 피트니스 체인 크로스핏의 창업자 그레그 글래스만은 비판여론에 못 이겨 결국 사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들의 대응이 여론에 떠밀린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온라인 권리 보호 시민단체 ‘파이트포더퓨처’의 에반 그리어는 영국 가디언에 “아마존은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안면인식 기술 개선과 산업친화적 규제 환경 조성을 위한 의회 로비에 주력함으로써 결국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며 이날 발표 내용을 ‘홍보활동’이라고 일갈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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