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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풀리자 4층 난간 ‘목숨 건 탈출’ 후… 컵라면부터 먹은 아홉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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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풀리자 4층 난간 ‘목숨 건 탈출’ 후… 컵라면부터 먹은 아홉살

입력
2020.06.11 16:5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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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ㆍ친모, 프라이팬ㆍ쇠젓가락 지지고 하루 한 끼 주며 물고문

목 사슬 풀린 틈타 4층 베란다 넘어 옆집으로… 부모 자해소동 수사 차질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학대 피해 학생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 큰 붉은 선)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 작은 선)으로 넘어갔다. 연합뉴스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학대 피해 학생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 큰 붉은 선)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 작은 선)으로 넘어갔다.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로부터 학대 당한 A양(9)이 지난달 29일 탈출 당시 5층 높이의 베란다에서 옆집 베란다로 넘어가는 모험 끝에 도망쳐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계부와 친모는 A양 외에 다른 동생들에 대해 10일 임시보호명령이 내려지자 반발해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남경찰청은 11일 “피해 아동 A양은 빌라 맨 위층인 4층(복층) 베란다에 감금돼 있다 추락 위험을 무릅쓰고 옆집 베란다를 타고 넘어갔다”며 “(옆집)현관문을 (안에서)열고 밖으로 뛰어 나와 길 가던 주민에게 발견되면서 경찰에 신고가 됐다”고 밝혔다. 구사일생으로 뛰쳐나온 A양은 주민에게 발견 당시 맨발에 잠옷 차림이었다.

집에는 친모와 동생들이 있었으나 계부가 집을 비운 틈을 타 A양은 옆집 베란다를 타고 넘어 갔다. 마침 옆집에 사람이 없자 배가 고팠던 A양은 컵라면을 급히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자신의 집에서 탈출하기 전 이틀 가량 쇠사슬에 목이 묶이고 난간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 감금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계부와 친모가 A양이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 갈 때 쇠사슬을 풀어 줬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기록지 등을 통해 드러난 학대실태는 참혹했다. 양 기관은 지난 2일과 10일 두 차례 A양과 면담했다.

계부는 손가락을 프라이팬으로 지져 화상을 입히고 쇠막대와 빨래건조대로 폭행했다. 친모는 글루건(Glue gun)의 뜨거운 접착 용액을 A양의 발등에 떨어뜨리는가 하면 불에 달군 쇠 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졌다. 글루건 용액의 온도는 200℃ 수준이다. 또 욕조에 물을 받아 머리를 담그는 등 물고문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는 A양에게 하루 세 끼 중 한끼만 먹이고 나머지는 굶겼다.

실제 지난달 29일 A양이 경찰에 인계될 당시 A양은 몸 여러 곳에 골절이 있었고, 심한 빈혈증세까지 보였다. 또 눈 부위에는 멍 자국이 있었고, 손과 발은 심하게 부어 있는 등 화상의 흔적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아동의 진술이 일관되고 학대 핵심 증거인 신체 피해가 상습적인 학대에 의한 것이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양의 진술을 토대로 계부의 차량에 있던 쇠사슬을 압수하고, 주거지에선 프라이팬과 글루건, 자물쇠 등 학대 의심 도구 6점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친모에 대한 경찰 조사는 지난 3일에 이어 이날 또 불발했다. 전날 법원과 경찰, 소방대원 등 20여명이 A양 집을 방문해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친모가 자해를 시도하는 등 난동을 부린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친모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거나 바닥에 머리를 들이박고, 계부는 4층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경찰조사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동생 3명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지난 10일 부모로부터 분리조치 됐다. 법원은 동생들에 대한 신체 학대 정황은 없지만 A양이 학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겪었을 정서적 충격을 고려하면 부모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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