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35ㆍ키움)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롯데전 멀티 홈런, 지난 2일 한화전 홈런 포함 멀티히트가 반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여전히 타격 감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10일 현재 그의 타율은 0.202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하위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잔루다. 키움은 KBO리그 최고의 ‘트리플 세터’를 구축했다. 1~3번 모두 4할대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서건창이 0.403, 김하성이 0.407, 이정후가 0.420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4번 박병호가 살리지 못했다. 박병호의 잔루는 73개로 안치홍(롯데)과 함께 공동 1위다. 삼진(44개)이 리그에서 가장 많다 보니 진루타율(0.197)도 떨어진다. 특히 동점 주자 또는 역전 주자가 있을 때는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영양가 부분도 아쉽다. 동점 상황 타율은 0.154(26타수 4안타), 3점 이하 열세 시 0.074(27타수 2안타), 3점 이하 리드 시 0.258(31타수 8안타), 7회 이후 2점 이내 승부 시 0.143(14타수 2안타)에 그쳤다. 반면 5점 이상 리드 때는 0.625(8타수 5안타 2홈런)를 찍었다.
공격 흐름이 자주 4번 타순에서 끊기자 손혁 키움 감독은 11일 대구 키움전에 박병호를 2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타격 페이스를 볼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위 타순으로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손 감독은 박병호를 굳게 믿었다. ‘박병호는 박병호’라는 무게감과 히어로즈 구단 4번 타자의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선수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박병호는 중심 타자로서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선수다.
박병호는 풀타임 주전으로 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타 출전을 제외하면 4번 타순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3,329타석 중 4번으로 3,233타석을 소화했다. 3번으로는 지난 시즌 초반 86타석을 소화했지만 타율 0.288로 재미를 못보고 4번에 복귀했다. 손 감독은 “(박)병호 얘기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선수 본인도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다”며 “그럴수록 박병호에게 손뼉을 많이 쳐주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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