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개 이후 美 21개 주에서 환자 증가
미국 최고의 감염증 전문가로 평가받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내 인생 최악의 악몽”이라며 “종식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9일(현지시간) 생명공학혁신협회가 주최한 화상토론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까지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언제 종식되느냐고 묻지만 바이러스 대유행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 세계에서 7,240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사망자는 41만명을 넘어섰다.
그간 다양한 감염증 사태에 대응해온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가 최악의 악몽”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찍부터 △신종인데다 △호흡기 질환이며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의 출현을 우려해왔다. 과거에도 몇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감염증이 있긴 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최악의 조건 4가지를 모두 만족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전 세계를 휩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에볼라 바이러스 등은 코로나19에 비해 단순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파우치 소장은 “사스나 HIV, 에볼라는 발병 초기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다”면서 “특히 사스의 경우 전염성이 강하지 않아 공공보건정책만으로도 스스로 사라지도록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HIV가 복잡한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에 비하면 정말 단순한 정도”라며 “우리는 아직 코로나19가 생존자들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백신 개발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파우치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백신 업계에서 복수의 승자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뭔가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이익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정부가 개발될 치료제나 백신의 가격 책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파우치 소장의 경고처럼 실제 미국에선 경제활동 재개 이후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지난 1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증가한 주(州)는 21곳에 이른다. 특히 남서부 지역에서 가장 먼저 경제활동을 재개한 애리조나주에선 환자 수가 115%나 폭증해 일선 병원에 비상계획 재가동 지시까지 내려진 상태다. 환자가 몰려들 경우에 대비해 일각에선 임시병원 설립이나 자택대피령 재발령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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