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과 미ㆍ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주력 제조업의 하반기 업황을 ‘3약 3중’으로 예상했다. 제조업 외에도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항공업은 수요 회복에 3, 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2020년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조선ㆍ철강ㆍ반도체ㆍ전자ㆍ정유ㆍ자동차 등 6개 제조업과 건설업, 항공업 등 각 산업별 전문가들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고 밝혔다.
먼저 제조업 중 ‘3약’에는 철강, 반도체, 정유가 이름을 올렸다.
철강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절벽을 겪으며 중국의 철강 유통재고가 2,600만톤으로 지난 2013년 2,250만톤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재고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적인 철강 재고는 철강 가격을 낮춰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실제로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를 비롯해 글로벌 철강업계는 늘어나는 재고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에 돌입했다. 변종만 NH 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비 50% 이상인 재고량이 하반기 들어 다소 감소하더라도 철강 가격이 회복되는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방산업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철강 경기가 회복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감소와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정유업계 역시 전망이 가장 어두운 업종으로 꼽혔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유제품 수요의 70~80%를 차지하는 항공ㆍ차량ㆍ선박 등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저유가 역시 지속되면서 정제마진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는 당초 하반기 모바일 신제품 효과로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버 판매량 둔화 및 스마트폰 수요 회복 지연 영향에 공급 증가까지 더해져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업체들이 신규 장비 투자액을 급감시킬 것으로 보여 업계 내 재고부담이 내년 1분기 이후 덜어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하강 국면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 전자, 자동차는 ‘3중’으로 묶였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대량 발주가 예상되지만, 전 세계의 락다운 확산 이후 운임이 급락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이 상존한다는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주목 받고 있는 배터리 등 전자ㆍ전기 업종은 미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하반기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자동차는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제조업 외에도 건설업은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인한 세계 건설시장의 위축, 국내 부동산 규제 강화로 업황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며, 항공업은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지난해 수요를 회복하려면 최소 3, 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중국과 선진국의 순차적인 이동 제한 조치 해제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코로나19의 2차 팬데믹(대유행)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 제재 등 이슈가 더해진 만큼 전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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