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대비한 의료진 활용 계획 필요”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의 (덕분에 챌린지) 지목을 받았을 때는 내가 지목을 받아도 괜찮은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국내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11년 만의 국내 프로무대 복귀를 알리는 기자회견 자리, ‘배구 여제’ 김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연경은 터키 리그가 중단되고 현지에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지난 4월 15일 국내로 귀국했고 2주간 자가격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목을 받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의료인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그로부터 한달 남짓이 지난 뒤 그는 재차 의료진을 향해 ‘덕분에’ 잘 버티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다.
신종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은 물론, 간호조무사 등 여러 의료분야, 방역분야 종사자들이 ‘번아웃(극도의 좌절감)’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대구에서 대규모 유행이 발생했을 때는 전국에서 의료진이 달려왔지만 수도권 대유행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어디서 의료진을 충당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다. 정부는 ‘덕분에’ 캠페인으로 의료진의 사기를 높이는 한편, 의료기관의 손실을 적극적으로 보상하면서 의료체계 붕괴 예방에 나섰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대구에서 치료를 마치고 격리에서 해제된 환자는 6,648명에 달한다. 대구ㆍ경북 지역 의료기관이 폭증한 업무량을 버텨줬기에 수많은 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 1월 말부터 이달 5일까지 의사 1,206명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1,444명이 전국에서 달려왔다. 이들의 노고가 알려지면서 덕분에 캠페인도 활성화됐다. 4월부터 5월 말까지 최소 3만3,242건의 SNS 게시물이 게재됐다. 김연경은 물론 축구선수 이동국(전북현대), 야구선수 이정후(키움) 등 스포츠 스타들과 배우 박해진 등 유명인사들이 잇달아 동참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 지원도 뒤따랐다. 보건복지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병상을 비우라고 지시했거나, 감염자가 발생해 폐쇄된 병원급 의료기관 212곳에 지난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2,328억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유행이 장기화하자 손실이 정확히 산정되기 이전에 정부가 먼저 피해액을 어림잡아 지급한 것이다. 추가 지급도 계획 중이다.
정부의 의료체계 유지 노력에 대해 대구 방역체계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경수 영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보상은 다른 감염병 유행 사태 때보다는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장기전에 대비한 의료진 활용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관리에 집중 투입되는 의료진은 병원 전체 인력의 20% 수준이고 다른 진료분야에서는 환자가 줄어서 오히려 인력에 여유가 있다”라면서 “장기전에 대비해 인력을 순환시키고 이에 따라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세세한 분야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응책을 준비해놔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대규모 유행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대구에서는 의료진 홀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감염병 대응이 더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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