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부터 폭염이 이어지며 올 여름 무더위도 심상치 않을 기세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여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여름의 지리산은 피서뿐 아니라 삶의 무게와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최고의 휴식공간이다. 전북 남원은 뱀사골ㆍ구룡ㆍ달궁 등 지리산의 시원한 계곡과 천년의 혼이 깃든 유서 깊은 문화재,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시설이 즐비하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에서 737번 지방도를 따라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오르면 지리산 정령치가 나온다.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 중 하나인 정령치에 오르면 땀을 식혀 줄 정도로 바람이 시원하다. 한여름 밤의 정령치는 더욱 특별하다. 아름다운 별빛의 향연은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8월에는 정령치 밤하늘 별별 투어버스를 운행하며 지난해부터 순환버스가 개통돼 대중교통을 통해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계곡은 지리산의 백미를 만끽할 수 있다. 장장 12㎞의 뱀사골 계곡은 반야봉과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수림지대와 기암괴석, 아름다운 명소가 있다. 기암절벽과 원시림 사이로 소와 폭포가 절경을 이루고, 숲과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 피서객에게 인기다. 지리산 국립공원 북부사무소 구룡분소에서 구룡폭포까지 4㎞에 이르는 구룡계곡은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일품이다. 구룡폭포는 남원 8경중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임금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진 달궁계곡은 지리산 고지대 특유의 시원함과 운치까지 더해져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달궁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 보면 쟁기소, 쟁반소, 와폭, 구암소, 청룡소, 암심소 등 폭포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오토캠핑장은 차량 30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장과 취사장, 급수시설, 샤워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싶다면 운봉 쪽으로 향해도 좋다. 남원시는 허브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4년부터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인 지리산 바래봉 입구 운봉고원에 허브밸리를 조성했다. 지리산의 자연 속에서 허브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면적은 73ha에 달하며 허브테마파크, 지리산자생식물환경공원, 체험농원,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있다.
운봉에는 특별한 숲도 조성돼 있다. 지리산둘레길 제1구간에 있는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은 600㎡의 면적에 평균 수령 200년 이상의 서어나무 100여그루가 심어져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숲 속 기온이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더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생태교육전시관은 백두대간의 문화ㆍ역사ㆍ생태자원을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고 바로 옆에는 숙박시설인 에코롯지가 자리해 캠핑족에게 인기가 많다.
지리산에서 1박을 보내고 남원 시내로 들어가면 대표관광지 광한루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우리나라 누각 중 으뜸으로 꼽힌다. 조선시대 대표 정원인 광한루원은 호수와 오작교, 삼신산, 춘향관, 월매집과 전통놀이 체험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다. 춘향테마파크에는 향토박물관과 항공우주천문대도 있다. 동헌과 옥사정(감옥체험) 등은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명소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싶은 남원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문화자산과 자연환경을 융합한 새로운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지리산 정령치와 백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계곡, 춘향의 흔적들을 다양하게 체험하거나 만날 수 있는 남원은 무더운 여름을 한 방에 날려버릴 더 없이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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