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요청에 대해 “서면만으로 논의를 하자는 것은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먼저 제시하라”고 10일 밝혔다. 사실상 인수조건 재협상 제안을 수용한 것이지만, 공론화 방식이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협상 ‘2라운드’를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산 측이 그 동안 인수 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산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주고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협상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현산 측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공개하며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언론에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서면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기 바란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채권단은 현산 측이 요청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합의’에 대해서도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또한 “현산 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산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의 전제 조건으로 인수조건 재협의와 별도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채권단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딜 클로징’(거래 종료) 시점은 이달 27일에서 6개월 뒤인 12월 27일로 연장되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적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전날 현산은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했지만 산은은 ‘원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재협의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일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 어려움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순조로운 협상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