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권투 글러브 낀 거대 조형물 등장
작가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네 모습”
“우와, 배불뚝이 아저씨가 복싱 글러브를 끼었네”
10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읍 진천소방서 맞은편 쇼핑몰 ‘주로’ 앞길. 거대한 조형물 앞에 선 어린이들은 너도나도 익살스런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높이가 4m나 되는 이 조형물은 조각가 김원근(50)씨의 작품 ‘힘센 척하는 놈’이다. 특수콘크리트 재질의 작품 무게는 자그마치 4톤. 한눈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조형물은 파란 글러브를 낀 권투선수다. 그런데 러닝셔츠, 꽃무늬 배바지 차림에 배가 불룩 나왔다. 쪽 째진 눈과 짧은 콧수염도 눈에 띈다. 얼핏 보면 복서 같지만, 자세히 보면 우스꽝스런 동네 아저씨 같다.
김 작가는 “작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워 극복하려는 우리 이웃들의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그래서 복서는 상대방을 때리거나 누구를 해치려는 자가 아니다. 작가는 “복서는 링 위의 파이터가 아니라 재난을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작인 이 조형물은 원래 경기도 양평군 37번 국도변에 자리한 김 작가 작업장에 전시돼 있었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이를 발견한 진천 쇼핑몰 ‘주로’ 이재룡(59) 대표가 김 작가를 조르고 졸라 매입했다고 한다. 작품가는 6,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 사랑을 듬뿍 받던 작품을 충청도 땅 진천으로 옮길 수 있게 양해해 준 양평 군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작품이) 힘센 척하더라도 잘 지켜 진천의 새 명물로 알리겠다”며 껄껄 웃었다.
김원근 조각가는 해학적인 인물 조형으로 인간의 순수한 내면을 나타내는 예술인으로 이름나 있다. 복서와 동네 건달, 순정남 등을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표현한다. 김 작가는 금보성아트센터로부터 ‘2019년 올해의 창작상’을 받았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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