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호주 때리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양국간 앙금이 여행ㆍ교육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엔 사실상 자국 학생들에게 호주 유학 금지령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 교육부가 호주를 유학지로 택하거나 다시 돌아가 공부하는 데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호주 유학을 하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중국 당국은 호주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앞서 5일에는 중국 문화여유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호주 내 인종차별ㆍ폭력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며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또 4월 말 중국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장은 웨이보를 통해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며 대놓고 모욕했다.
이런 적대감은 미국에 동조해 코로나19 기원 관련, 중국의 책임을 묻겠다는 호주 정부의 방침 때문으로 보인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4월 “코로나19 확산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해 중국이 밝힌 것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해 중국을 한껏 자극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정치적 계략”이라고 받아 쳤고, 청징예 호주 주재 중국대사는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밀어붙일 경우 호주산 와인과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도 있다”며 경제 보복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는 “호주가 탈(脫)중국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8∼2019년 호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2위 일본(13%)과 현격한 격차를 보일 만큼 중국 시장은 호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과 같다.
호주 육류 수출업자 알프레드 정은 SCMP에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자는 논의는 계속 있었지만 자체 인구 만으로 생산된 육류를 소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미 같은 경쟁자에 중국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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