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8일(현지시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추모 의식을 가진 뒤 경찰개혁 법안 초안을 공개한 가운데 이날 이들이 두른 화려한 문양의 머플러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아프리카 가나의 전통 직물 ‘켄테’ 머플러를 통해 아프리카 흑인 전통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으나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는 반감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에 따르면 켄테는 가나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애국심을 표할 때 활용하는 전통 직물이다. 평온을 상징하는 금색과 부활의 녹색, 순수한 영혼을 나타내는 파란색, 열정의 빨간색, 선조들과의 영적 결합을 나타내는 검은색 등이 들어 있어 흑인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워싱턴 의회에서 이 머플러를 두른 채 한쪽 무릎을 꿇고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한 플로이드를 8분 46초 동안 추모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경찰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책임과 처벌은 강화한 경찰개혁 법안 초안을 공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이 머플러를 두른 상태였다.
이처럼 켄테를 두른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이 뉴스를 통해 공개되자 온라인 상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가나 출신의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원 제이드 벤틸은 트위터에 “우리 조상들은 2020년의 행동주의 정치인들에게 입히려고 켄테를 만든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반면 가나 정부 공인 외교 사절단인 ‘디아스포라 아프리칸 포럼’을 이끄는 에리카 베넷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제스처에 대해 “대화의 시작이며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켄테는 미 의회 흑인 의원 모임 ‘블랙 코커스’ 회장인 캐런 배스 하원의원이 준비했다. 배스 의원은 기자들에게 “켄테는 우리의 기원과 과거를 존중하는 의미를 담은 아프리카의 문화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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