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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일만 흘렀을뿐… ‘끝판왕’ 오승환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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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일만 흘렀을뿐… ‘끝판왕’ 오승환은 그대로였다

입력
2020.06.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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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이 9일 대구 키움전 8회초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삼성 오승환이 9일 대구 키움전 8회초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돌아온‘끝판왕’ 오승환(38ㆍ삼성)이 안방 대구에 방과후 하교를 알리는 ‘종소리’와 애니메이션 주제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2,442일 만에 소환했다.

해외 원정 도박에 따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모두 소화한 오승환은 9일 대구 키움전에서 팀이 3-4로 끌려가던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해외 진출 전처럼 어김 없이 그가 등판하자 과거 대구 시민구장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이 새 구장 라이온즈파크에도 울려 퍼졌다.

오승환은 오랜 기다림 끝의 등장에도 ‘돌부처’처럼 무표정으로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첫 타자 박준태를 상대로 주무기 ‘돌직구’를 뿌렸다. 하지만 초구 시속 146㎞(전광판 148㎞) 직구는 박준태에게 통타 당해 2루타를 내줬다. 후속 타자 김주형의 보내기 번트로 1사 3루 실점 위기에 몰린 오승환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9번 김규민을 2구 만에 시속 145㎞ 직구로 1루 땅볼 처리하면서 3루 주자를 그대로 묶어놨다. 1번 서건창은 제구가 흔들려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타자 김하성을 초구 시속 145㎞ 직구로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은 오승환은 9회초 노성호에게 공을 넘기면서 2013년 10월 2일 부산 롯데전(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이후 2,442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총 투구 수는 10개(직구 8개 슬라이더 1개 투심 1개)였고, 스트라이크 5개를 꽂았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8㎞를 찍었다. 이날 삼성은 키움에 3-5로 패했지만 오승환의 건재를 확인한 게 수확이었다.

2013시즌 후 해외로 진출한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2014~15),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2016~17), 토론토(2018), 콜로라도(2018~19)를 거쳐 지난해 8월 삼성과 계약하며 유턴했다. 하지만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로 지난해 42경기, 올해 30경기를 소화하고 돌아왔다.

이날 마운드에 오르기 전 오승환은 “다른 선수와 다르게 (징계 후) 중간에 복귀하게 됐다”며 “준비를 잘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몸 상태는 당장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다.

한국 야구 최고 소방수인 오승환은 당분간 마무리 보직 대신 편한 상황에서 등판할 전망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키움과 3연전 동안 오승환을 마무리로 쓰지 않고 실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허 감독은 “이번 3연전에 최대 두 차례 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무리 전환 시점에 대해선 “결정할 순간이 빨리 올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구위로 볼 때 오승환의 마무리 복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오승환이 마무리를 맡으면 세이브 역사는 다시 한번 새로 쓰인다. 가장 먼저 달성할 기록은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다. 해외 진출 전까지 277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80세이브,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39세이브, 토론토에서 2세이브, 콜로라도에서 1세이브를 추가해 개인 통산 399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또 KBO리그 통산 첫 300세이브 금자탑도 눈앞이다. 좋은 몸 상태와 구위를 유지하면 아시아 최다인 407세이브도 노려볼 수 있다. 이 기록은 일본의 이와세 히토키가 보유하고 있다. 오승환은 “팀이 치고 나가야 할 상황이라 (세이브) 숫자는 지금 의미가 없고 팀 승리가 먼저”라면서 “(한미일 400세이브)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에 빨리 떨쳐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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