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가 온다] <1> 코로나가 앞당긴 수축 시계
생산인구 100명이 부양할 인구 현재 21명서 77명으로 대폭 늘어
日은 ‘잃어버린 20년’ 타계 위해 공무원 65세 퇴직 등 정년 연장
佛, 이민 장려로 노동력 확보했지만 이민자 문제로 사회 갈등 상존
#. 2050년 여름, 65세 한국인씨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또 허탕을 쳤다. 직업소개소의 인공지능(AI)이 한씨가 예전 했던 일들을 분석해 새 일거리를 소개해 줬다. 하지만 찾아간 업체에서 AI 면접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경제는 성장이 멈춘 지 벌써 오래다. ‘인간’이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한씨도 한 때는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일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갈수록 소비를 꺼리니 예전처럼 공장이 돌아갈 리 없다. 한씨도 감원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퇴사 후 한동안은 배달이나 대리운전 같은 ‘긱 노동’을 하며 버텼지만 이미 10년 전 드론, 자율주행차에 자리를 내줬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동료들과 거리에 나섰던 기억마저 이젠 아련하다.
65세면 예전엔 은퇴를 하고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다. 하지만 연금재정 고갈을 이유로 지급시기가 75세로 미뤄진 게 벌써 몇 년 전이다. 기업들이 낸 ‘로봇세’로 매달 기본소득을 받고 있지만 풍족히 먹고 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일은 어떻게든 일을 찾아야 한다.
2020년은 성장과 팽창을 거듭해 왔던 대한민국 사회가 수축 사회로 본격 전환되는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앞선 65세 한국인씨의 가상 사례는 우리 사회 다수 구성원이 마주칠 수 있는 미래다. 동시에 수축이 예고된 사회의 운명을 바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2050년 우울한 대한민국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0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9.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연령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 비중은 올해 72.1%에서 2050년엔 51.3%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는 올해 기준 21.7명에서 2050년엔 77.6명까지 늘어난다.
인구 감소,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경제성장률 저하와 직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50년대 한국의 성장률은 연 평균 1.08%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성장률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노동 공급 감소는 2020년대부터 성장률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하고 2050년대에는 성장률을 1.00%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에는 성장률에서 1.10%포인트 수준을 차지했던 자본의 성장 기여도는 2050년대 0.54%포인트로 반토막 날 전망이다.
이런 구조에서 성장률을 끌어 올리려면 노동과 자본 투입을 제외한 다른 변수(총요소생산성)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해법은 구조 개혁이다. 생산성을 높일 새 기술을 받아들이고, 각종 비효율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에 나선 것이 2000년대 초 잠재성장률을 지탱한 원동력이 됐다”며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위기를 맞은 지금을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월’ 피하려면
한국보다 앞서 인구 감소와 성장 둔화에 빠진 나라는 유럽과 일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02년 처음 1% 미만(0.79%)로 떨어진 뒤 매년 0%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 인구의 감소 추세는 2015~2020년 사이 연간 0.2%에서 2060~2065년에는 0.6%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인구 감소에 대응해 2017년 ‘인생 100년시대 구상회의’를 구성하고 정년연장과 재고용 촉진을 논의하고 있다.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정년퇴직자에게도 재취업 문을 열어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일본의 정책은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정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노동력 감소에 대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 갈등 고조라는 한계가 있다. 김두섭 한양대 교수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속도의 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라며 “초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에서 젊은 인력 부족, 경제 성장 저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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