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1987년 6월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유족에게 사과했다.
민 청장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에게 “참회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민 청장은 “너무 늦었다”며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 주시니 저희가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경찰청장이 직접 이한열 열사 유족을 만나 사과한 건 처음이다. 앞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17년 6월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숨진 고 백남기 농민,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와 함께 이한열 열사를 언급하며 사과한 바 있다.
민 청장은 행사 이후 “경찰의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로 이런 비극이 초래된 데 대해 지난날 과오를 참회한다”며 “어머님을 비롯한 유가족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또 “33년 전 오늘 이 자리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며 “이 열사님이 늘 꿈꿔왔던,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 대한민국의 뜻을 깊이 성찰하며 경찰도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부단히 나아가 그 뜻을 이루는 데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의 방문에 대해 배씨는 “현장에 오셨으니까 감사하다”면서도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왔으니 아쉬운 것이나 바라는 것은 없으나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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