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거짓해명의 늪에 빠졌다. 최근 출연기관인 광주복지재단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전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간부 A씨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과 관련, 광주시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참여자치21의 논평에 대한 해명이 되레 광주시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참여자치21은 9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부당하고 반인권적인 인사행정 진위를 책임 규명하면 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지난 3일 시가 A씨 진정사건에 대한 참여자치21 논평을 향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한 데 대해 재반박한 것이다. 당시 참여자치21은 논평에서 “시와 복지재단이 2018년 8월부터 A씨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또 “시 간부들의 인사행정 처리 절차의 부당하고 비민주적 개입 관여가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시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참여자치21은 이날 A4 용지 4쪽 분량으로 시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참여자치21은 A씨 인권위 진정서와 관련 녹취록, 전남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서 등을 통해 A씨에 대한 시 간부들의 사표 종용이 계속됐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참여자치21은 이 시장의 최측근인 시청 모 간부가 2018년 8월 A씨와의 두 차례 면담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퇴사를 종용하는 등 관련 사례 5건을 근거로 제시했다. 참여자치21은 “사례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표 강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추가로 확보됐다”고 으름장을 놨다. 시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힌 것이다.
참여자치21은 또 A씨의 해임 등을 둘러싸고 시 간부들의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개입은 없었다는 시의 주장도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자치21은 “시 간부들이 돌아가면서 계속 A씨에게 사표 종용한 자체가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개입 근거가 된다. 사례는 더 있다”며 추가 사례 4건을 공개했다.
사실 시 간부들의 부당 개입이 없었다는 시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많다. 지난해 8월 A씨가 전남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을 요구하자, 시의 국장급 간부가 A씨에게 “복직해서 2~3일정도 주변 정리를 한 뒤 그만 둬라. 현실적으로 복귀해도 근무할 수 없고, (일 없이) 대기(발령)하게 될 것”이라고 수 차례 사직을 요구했다.(본보 2019년 8월 28일자 A12면) 이 간부는 A씨가 제안을 거절하자 “(복직한)이후 복지재단에서 어떻게 할지 알고 계실 거 아니냐. 퇴직을 결정하는 게 현명하고 지혜로운 일일 것 같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참여자치21이 시의 해명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재반박하고 나서자 “시가 해명자료를 내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시가 부당해고에 대한 비판과 인권침해 논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더 깊이 늪 속으로 빠져드는 꼴”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시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참여자치21의 한 관계자는 “시가 해명자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면 차라리 부당해고와 사퇴 종용으로 무너진 광주시의 신뢰를 되찾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 시장은 인권위 조사와 별도로, 반드시 책임규명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복지재단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A씨에 대한 복직 등 전남노동위의 구제명령 등과 관련해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이 시장이 이사장인 광주복지재단은 지난해 12월 A씨를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전남노동위의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고 이행강제금 1275만원을 납부한 데 이어 2차 이행강제금 1,725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단 측은 “이행강제금 부과 및 지속적인 부정보도로 인해 재단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어 이에 대한 임원진의 의견 수렴 필요했다”고 이사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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