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탁구장 점검 현장 가보니… 주인은 “이번 달도 밀린 월세 못 낼 듯” 한숨
서울 양천구 탁구장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던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A탁구장. 감염병 예방수칙 이행 점검에 나선 성동구청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탁구장은 일순 얼어붙었다. 경기를 하던 2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 손님들은 민방위 점퍼 차림의 구청 직원들을 보자마자 마스크를 찾아서 얼굴에 갖다 붙였지만, 이미 점검팀에 적발된 뒤였다. “불편해도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세요.” 짧고 단호한 점검팀의 말 한마디에 탁구장 주인은 “그렇게 하도록 안내하겠다”고 답했다. 구청 관계자는 “탁구장이 2층에 위치해 있고, 출입문과 창문 모두 열어 놓은 점을 감안하면 나름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용객들의 불감증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전날 서울시가 시내 350여 탁구장에 ‘운영자제 권고 및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명령’을 내린 데 따라 이날 성동구가 점검에 나선 관내 실내 체육시설은 모두 103곳. 자유업으로 분류된 업소들로, 마스크 착용과 출입자 명부 작성 ‘의무’가 없는 곳들이다.
이날 찾은 실내 체육시설들은 권고사항임에도 예방을 위해 손소독제 비치, 발열체크, 출입명부 작성 등의 수칙은 알아서 잘 지켰지만, 유독 마스크 착용만큼은 대체로 느슨했다. 이어 찾은 B볼링장도 그랬다. 손님들은 11개의 레인 중 2개만 차지하고 있었지만, 손님 5명 중 2명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볼링장 직원은 노란 점퍼 차림의 점검팀이 들어서고서야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이 직원은 “숨이 가쁘거나 음료와 간식을 먹을 때 손님들이 마스크를 잠시 벗기도 한다”며 “손님들에게 매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검팀이 이날 오후 9시까지 들른 10여 군데의 실내 체육시설이 모두 이 같지는 않았다. 많은 업소들이 공용 용품을 수시로 소독하고, 밀접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시간대별 이용인원을 3, 4명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분산시키기도 했다. 회원이 아닌 외부인은 아예 출입을 금지하는 곳도 있었다. 구 관계자는 “이 정도면 양호한 편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이용객들이 보다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1차 행정지도 차원에서 진행된 점검이라 과태료 처분 등의 처벌을 받은 업소는 나오지 않았다. 구청은 휴대전화에 QR코드를 인식하면 화면에 자동으로 출입 기록이 뜨는 ‘모바일 전자명부 출입시스템’도 업소마다 설치해줬다.
문제는 점검을 받은 탁구장 주인들의 입에서 나왔다. 한 탁구장 주인은 “탁구장 관련 확진 소식 때문에 이번 주에 쉬겠다고 연락 온 회원이 20명이 넘는다”며 “이번 달에도 월세 내기는 글렀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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