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48) 한화 단장은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투수코치로 합류해 있던 지난해 10월 한화의 단장직 요청을 받았다. 고심 끝에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당시 최원호(47) 불펜코치에게 “미안하게 됐다. 뒷일을 잘 부탁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동기생으로 막역한 둘은 당시 메인 투수코치와 불펜 투수코치로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김경문 감독을 도왔다.
한화에 간 정 단장은 프리미어12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최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2군 감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대표팀에서 최 대행의 합리적인 판단과 분석, 야구관을 보면서 결심한 러브콜이었다. 보수적인 한화 구단에 ‘외부인’ 수혈은 쉽지 않았다. 정 단장은 박정규 사장에게 최 코치의 경력과 장점을 나열하면서 적극적으로 천거해 승낙을 받아냈다. 그리곤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KBO리그 1군 단장과 감독으로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정 단장이 떠올린 대안은 최 대행뿐이었다.
정민철 단장-최원호 감독대행은 KBO리그 단장-감독사(史)에서 보기 드문 ‘친구 조합’이다. 정 단장이 1972년생으로 1973년생인 최 대행보다 한 살 많지만 1년 유급해 박찬호 임선동 고(姑) 조성민 등 92학번 황금세대들과 동기생이다. 정 단장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한국 야구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다. KBO리그 통산 최다승 2위(161승) 기록 보유자다. 최 대행은 정 단장만큼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현대와 LG에서 주축 선발로 활약했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최 대행은 은퇴 후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이름을 더 알렸다.
둘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없이 마주했고,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더욱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선수 출신 단장이 리그의 트렌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구분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그간 프런트-현장의 불통으로 낙인 찍힌 구단이 다름 아닌 한화다.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 시절엔 노골적인 갈등 표출이 가관이었다. 한화가 레전드 출신의 정 단장을 영입한 것부터 이런 변화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지만 야구 선배인 한용덕 전 감독과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끼리는 벌써 뜻이 통하고 있다. 대대적인 선수단 인적 쇄신부터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최 대행은 “정민철 단장과 한화의 육성 시스템을 잘 만들어보고자 이 곳에 왔는데 지금은 당장 급한 일을 맡게 됐다. 역시 정 단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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