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스크 제조업체 가운데 5%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청소년들은 필리핀 영어강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으로 몰리고 있다. 전 세계에 마스크를 공급하고 국민들에게는 애국심을 강조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맞서온 중국의 역설적인 현실이다.
바이위(白宇) 중국 의료기기협회장은 9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올해 하반기 마스크 업체의 95%가 파산할 수도 있다”면서 “전 세계 마스크 수요가 여전하고 중국은 그 10배를 충당할 수 있지만 중국 표준에 대한 각국의 이해 부족으로 많은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마스크의 대부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연합(EU)의 CE 인증을 받지 못해 물량이 소수 업체에만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는 코로나19 시대에 중국의 ‘효자 상품’으로 불렸다. 하루 평균 4억달러(약 4,790억원)에 달하는 방역물자 수출 덕분에 중국의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3.5% ‘깜짝’ 증가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지난 7일 공개한 ‘코로나19 방제 중국행동’ 백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중국이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지원한 방역물자는 마스크 706억개, 방호복 3억,4000만벌, 보호안경 1억1,500만개, 호흡기 9만6,700개, 진단키트 2억2,500만개, 적외선 체온계 4,029대 등이다.
하지만 5월 들어서면서부터 둔화세가 뚜렷하다.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에 따르면 5월 신규 등록된 마스크 관련 업체는 1만283개로 4월보다 70%나 감소했다. 수출길이 막힌데다 내수마저 급감한 탓이다. 인구 2,000만명인 수도 베이징의 경우만 해도 방역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거리나 식당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온라인 교육의 과실은 상당 부분을 필리핀 현지 영어강사들이 챙기고 있다. 화상영어전문 51Talk에 따르면 올 1분기 필리핀 강사가 벌어들인 수입은 4억420만위안(약 683억원)으로 전체 수입의 82%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76.7%나 늘어난 규모다. 중국과 필리핀은 시차가 없어 연결이 편리한데다 수업료가 미국ㆍ영국 등 서방국 원어민에 비해 30% 수준이어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어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이나 주요 행사에서 통역을 중단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국풍(國風)을 앞세운 격앙된 분위기에 비하면 머쓱한 결과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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