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련다. 전원이 장차 황폐하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歸去來辭 田園將蕪胡不歸)”로 시작되는 ‘귀거래사’를 쓴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ㆍ352~427)의 모든 시문을 엮은 전집이 최근 출간됐다.
양회석 전남대 중문학과 교수와 같은 학과 박사과정 이수진씨가 함께 번역하고 정리한 ‘도연명 전집’(지식을만드는지식)이다.
이들은 위진 남북조 시대를 살았던 도연명의 시와 문장, 그의 삶과 사상, 그에 대한 후대의 기록과 연구 성과까지 모든 것을 담아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다수의 도연명 관련 도서 내용을 꼼꼼하게 대조해 옮겼다. 그간 난해했던 작품들도 여러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번역해 냈다. 번역은 직역을 위주로 하되 원문의 맛을 살리기 위해 우리말도 가능한 한 글자수를 맞췄다.
번역문과 대조가 가능하도록 각 작품의 뒤에는 원문을 첨부했고, 운문의 운율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말 독음을 달았으며 압운도 덧붙였다. 작품 뒤에는 해설을 붙였는데 주관적인 감상이나 평보다는 정확한 문맥 파악에 주안점을 뒀다.
부록에는 도연명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수록했고, 오늘날 우리가 도연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전체 해설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도원명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이백, 두보, 소동파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의 많은 시인들 중에서 도연명이 가장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생애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직을 버리고 농촌 생활을 한 ‘전원시인’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진나라 개국 공신 후예로 명문가 출신이다. 당시 귀족과 군벌의 발호로 나라가 혼란스럽자, 옳지 못한 세상에 부귀영화를 누리기보다 시골 농부의 가난하지만 정직한 삶을 택했다. 농촌에 정착해 편안하게 은거한 것이 아니라 혼탁한 시류에 맞서 사회적 강자에게 경각심을 줘 시대를 이끄는 선각자 역할을 했다.
이 책은 “현실을 꿰뚫어 본 도현명이 꿈꾸었던 ‘도원향(桃源鄕)’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양 교수는 “진정한 삶다운 삶을 찾아 농촌과 도시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을 하고 싶다면, 1500여년 전 선각자로 앞서서 이 길을 걸었던 도연명을 만나 보는 것이 어떠냐”고 일독을 권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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