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첫 사설의료기관 상주 존애원 울림 있는 ‘존심애물’ 메시지
상주 13개 문중 “공동체 의식 취지 살려 코로나 극복 기원”
“코로나19 창궐로 세계 도처가 혼란과 공포로 몸 둘 곳이 없습니다. 선현들께 맑은 술을 올리니 민초들의 삶을 불쌍히 여기시어 코로나19를 종식시켜 주시옵소서.”
경북 상주지역 선비 가문 후손들이 9일 오전 존애원(存愛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기 종식을 바라는 기원제를 열었다. 존애원은 임진왜란 후 풍토병에 맞서 싸우던 조선시대 첫 사설의료기관으로, 경상북도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경북 상주시 청리면 율리에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존심애물(存心愛物) 정신 계승 기원제’로 명명된 이날 행사에는 월성 손씨와 상산 김씨, 전주 이씨 등 상주에 살고 있는 13개 문중 대표와 강영석 상주시장, 정재현 상주시의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시루떡과 돼지머리, 수박, 대추, 곶감 등이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이들은 선현들의 존애원 정신을 통해 신종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제현 존애원 사무국장은 “430년 전 환란을 구제한 선조들의 존심애물의 정신은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원제는 집사들의 임무를 정하는 집사 분정, 임무를 소리 내 읽는 집례 창방, 제례의 순서를 적은 홀기를 읽는 창홀 등 전통 방식으로 치러졌다. 문중들의 이름이 적힌 한지가 존애원 앞에 내걸렸고, 마스크에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참석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렸다. 경기무형문화재 제8호 살풀이춤 이수자 홍옥연씨의 살풀이 기원무도 펼쳐졌다.
상황이 상황인 터라 기원제는 철저한 방역 속에 열렸다. 발열 검사와 손 소독은 기본, 문중 대표 외 초청장 발송도 최소화 해서 열렸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존애원을 설립하셨던 선조들의 정신을 살려 대한민국이 신종 코로나 극복의 표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애원은 임진왜란(1592~1598) 직후인 1602년 상주에 살던 13개 문중 성금으로 설립돼 왜란으로 고통 받고 질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휼했다. 존애원은 ‘본심을 지키고 길러 남을 사랑한다’는 송나라 학자 정자의 ‘존심애물(存心愛物)’ 정신에서 따왔다. 후손들은 매년 ‘존애원 의료시설 재현 행사’를 통해 한방 무료 진료와 한약재 전시, 당뇨 및 혈압 무료 진료 등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뜻을 잇고 있다. 상주시는 존애원의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손석락 존애원장은 “존애원을 창설하신 선현들의 뜻을 이어받아 신종 코로나를 빨리 종식시키고 세상이 정상화 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상주=글ㆍ사진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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