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일상화, 언택트 산업]
“매장 오지 않아도 소비자 파악하라”…유통업계, 비대면 솔루션 확보 가속화
지난달 18일부터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에서 ‘주문하기’를 누르면 GS25가 뜬다. 사용자의 주소와 가까운 GS25 매장과 함께 배달 가능한 상품과 배송 시간, 진행 중인 행사까지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편의점이 카카오톡 주문하기 목록에 등장한 건 GS25가 처음이다.
1만4,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GS25와 월 4,500만 이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의 만남은 ‘언택트(비대면)’ 유통산업의 방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택트 시대에는 단순히 온라인 주문을 늘리고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걸 넘어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선점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필요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상품이 필요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제휴는 이 같은 공감대를 토대로 성사됐다.
고객 관심 포착할 수단은 데이터
GS25가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은 서울 강남과 역삼, 서초, 신촌, 건국대, 관악, 인천 부평 등 수도권의 주요 상권내 자리한 7개 점포다. 이들 점포의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GS25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눈앞의 타깃은 최근 급증한 배달 주문 고객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언택트 소비 상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가 목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할 땐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그 매장에 있는 대체 상품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이곳 저곳 접속해 원하는 걸 기어이 찾아낸다. GS25 관계자는 “오프라인 1위와 온라인 1위 상품이 전혀 다를 수 있다”며 “언택트 쇼핑 구조를 분석해 새로운 상품 개발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핀테크(금융정보기술)와 한 배를 타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신세계아이앤씨에서 운영하던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를 이달 1일 가져왔다. 이미 확보한 온라인 고객 데이터에 오프라인 고객 데이터까지 흡수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SSG페이로 결제하던 소비자들의 선호 상품이나 쇼핑 패턴 정보를 넣어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하면 고객층 확장은 물론 더 정교하고 고도화한 개인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할 거라는 판단이다.
과거 유통업체들은 매장에서 직접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는 언택트 시대에는 그들의 관심과 수요를 파악할 수단이 사실상 데이터뿐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얼마나 정확하고 발 빠르게 포착해 내느냐가 언택트 시대 유통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앞서가기 시작했다. 패션 브랜드 ‘자라’는 피팅룸에 남아 있는 제품, 실제 판매되는 제품의 태그를 활용해 구축한 빅데이터로 고객 선호도를 간파해낸다. 또 일부 매장엔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이 직원과 말로 주고받던 내용이 이 시스템에선 데이터로 저장된다. 고객에게 비대면 쇼핑의 편의성을 높여주면서 데이터는 더 세밀하게 수집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디지털로 모험 시도
올 2~4월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곳의 월 매출 증감률은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13곳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언택트 시대에 오프라인 점포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롯데백화점은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점 내 165㎡(50평) 공간에 ‘아모레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은 기존 브랜드별 매장과 전혀 다른 ‘체험형’으로, 설화수와 헤라, 홀리추얼 등 7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1,400여가지 상품을 써볼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신분 확인이 가능한 QR코드를 찍어 제품 설명을 확인하는 언택트존, 준비된 디지털기기로 얼굴을 촬영한 뒤 화면에서 제품을 선택하면 화면에 그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한 자신의 얼굴이 나타나는 증강현실 메이크업 서비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모레스토어 도입은 모험”이라고 말했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매출이 보장되진 않기 때문이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모험을 무릅쓰고 고객들의 오프라인 쇼핑 경험에 과감한 변화를 주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본점 1층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스토어’로 탈바꿈시켰다. 고객은 먼저 입구에 설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서 전용 모바일 장바구니에 접속한다. 매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바코드를 스캔해 제품 정보와 재고 수량을 확인하고 모바일 장바구니에 추가하면 된다. 직원과의 대면은 QR코드를 보여주며 결제할 때뿐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를 위해 6개월여 동안 준비한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소통과 재미도 쇼핑 필수 요건
요즘 유통업계엔 ‘비디오 커머스’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아웃렛은 스타트업 ‘그립’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4일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립 앱에서 실시간 진행되는 방송을 통해 고객들은 판매자와 직접 채팅으로 소통하고 곧바로 제품을 구매도 한다. 기존 온라인 쇼핑은 언택트 트렌드를 선도해오긴 했지만, 실제 상품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비디오 커머스는 비대면 산업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쇼핑에 재미 요소를 더해 집객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SSG닷컴은 7일 라이브 퀴즈쇼를 진행했다. 자사 쇼핑몰과 관련된 퀴즈를 통해 제품별, 서비스별 특징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며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와 동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1020 세대가 소비 과정에서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인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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