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등을 이유로 9일 남북을 연결하는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ㆍ폐기한다고 밝히자 세계 주요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쏟아냈다. 남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북측의 큰 그림이라는 평가와 함께 남북이 국제법상 아직 정전상태임을 들어 실질적인 위기 국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AFP통신은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임을 들어 “북한의 조치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체로 북한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사실관계 전달에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는 “북한은 이미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거론하며 연락채널 차단을 예고했다”면서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전단 살포를 금지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들은 북한 조치의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은 남북 통신선 중단으로 한반도 긴장을 일으키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통신선 단절을 기회로 남한으로부터 더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NHK방송은 “북한은 국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이전부터 반복돼온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적대심을 부추겨 체제 강화를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남북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북한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통신선 단절이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니얼 웰츠 전미북한위원회(NCNK) 선임담당관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긴장 고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통신 채널을 차단했다”며 “위험한 방법이지만 평양이 익숙하게 사용했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변국들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통해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일본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선 “예단하지 않겠다”며 “미일ㆍ한일ㆍ한미일 등 3국 간에 긴밀히 연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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