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단감염 급증… 5월말 일일 신종코로나 검사 2만8,000건
대규모 집단감염 휩쓴 대구ㆍ경북 3월 일일 검사 2만2,000건보다 많아
확진자 1,000명 돌파 서울시, 350여 곳 탁구장 운영자제 권고 조치
확진 고3학생 방문한 롯데월드 추가 확진자는 아직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경기 부천시 물류센터로 이어진 수도권 집단 감염이 소규모 교회와 방문판매업체, 탁구장 등 이른바 ‘3밀(밀폐ㆍ밀접ㆍ밀집) 시설’로 확산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수가 지난 3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사태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는 등 방역에 ‘빨간 불’이 커졌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8일 오전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수도권의 산발적 연쇄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접촉자 외에 기숙사, 군부대, 병원 등에서 선제적으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5월말 일일 평균 2만 8.000건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 확진자가 급증했던 3월 대구‧경북의 일일 평균 2만 2,000건보다 많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빠르게 확진자를 찾고 접촉자를 가려내기 위해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진단검사가 지난 3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그 만큼 수도권 집단감염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인구밀집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확산세가 계속돼 대규모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감염 확산 차단 여부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한 서울에 달려 있다. 서울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매일 20명이 넘는 신규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8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의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 0시 이후 23명이 늘어난 997명이었으나, 오후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쉼터에서 확진자 9명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1,000명을 넘어섰다.
신규 환자 중 4명은 양천구 탁구장에서 나왔다. 지난 4일 탁구장을 방문한 50대 남성이 최초 확진된 이후 총 19명까지 늘었다. 이에 시는 탁구장에 대해 운영을 자제하고,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킬 것을 명령했다. 업종 분류상 ‘자유업’에 속한 탁구장은 그 동안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감염병 고위험 시설로 이미 운영 자제 권고가 내려진 줌바, 에어로빅, 태보, 스피닝 같은 실내 체육시설에 대해서도 방역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이뤄진다. 지난 2일 첫 발생한 리치웨이발 집단감염도 3명 추가되면서 서울에서만 총 30명까지 불어났다.
양천구 탁구장과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등 소규모 집단을 중심으로 한 연쇄감염이 빠르게 늘자 서울시는 ‘운영 자제 권고’ 카드까지 빼들었다. 확진자가 나올 경우 집합 제한 명령까지 예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오늘부터 서울 소재 탁구장 350여개 소에 대해 운영 자제를 권고하고,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명령을 내린다”며 “방문판매업체의 상품설명회, 교육, 세미나, 레크레이션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일명 ‘홍보관’ 형태로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는 집합금지 명령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방역수칙을 지키기 힘든 모임은 애초 자제하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다단계, 후원방문판매, 방문판매 사업장 등 3개 위험업종 총 7,333곳에 대해서는 방역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다중이 모이는 이들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도 강화한다.
지난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를 방문한 중랑구 원묵고 3학년 학생이 7일 확진돼 대규모 집단 감염사태가 우려됐던 롯데월드발 감염사태는 추가 확진자가 없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7일 서울 원목고 3학년 학생의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해 학생, 교직원, 가족, 지인 등 800여명에 대한 전수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추가 확진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집단감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자 감염 전문가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는 ‘3밀’을 차단할 수 없어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 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보면 신종 코로나가 지역사회에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규모 감염사태가 가을이 아닌 여름에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치중기자 cjkim@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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