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구 수성구 3층 상가건물 화재현장 인근 수색하다 인명 구조
“사고현장에는 순간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인명구조로 이어져 기쁩니다.”
대구의 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화재 현장 인근 주택가에서 연기에 질식할 뻔한 90대 노인을 구조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강춘석(57) 경위와 강경태(29) 경장은 지난달 30일 낮 12시30분쯤 수성구 한 3층 상가건물 1층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화재는 금방 진화됐지만, 현장 인근 주택가는 검은 연기로 덮였고 유독가스가 코를 찔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 인근을 살피던 강 경장의 눈에 고무신 한 켤레가 들어왔다. “사람이 있다.”
강 경장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기가 자욱한 거실 아래 작은 체구의 노인이 웅크리고 있었다. 강 경장은 재빨리 노인을 안아 올려서 밖으로 나왔다. 구조대로 인계된 할머니는 응급처리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금만 늦었어도 연기에 질식해 변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 입문 2년차인 강 경장에게 인명구조는 처음이었다. 그는 “평소 선배들의 조언을 새겨들은 덕분”이라고 밝혔다. 함께 출동한 강 경위는 그의 가장 든든한 조언자다. ‘현장 상황 백과사전’으로 통하는 그는 후배들에게 현장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안들을 꼼꼼하게 일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두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사안들이다.
강 경위가 후배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강조하는 것도 초임 시절에 심정지가 온 할아버지를 업고 병원으로 뛰면서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만 알았더라면 생명을 구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지금도 여전하다.
강 경위는 “후배들이 잔소리로 여기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도움이 될 것 같아 틈날 때마다 경험을 전수해왔다”고 말했다. 강 경장도 “’늙은 사공이 물길을 안다’는 속담이 있듯 선배들의 조언이야말로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지침”이라며 “선배들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 현장 경찰 교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ih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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