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자 등 출국 시 재입국 불허에 ‘불합리’ 지적
韓 영주자 어머니 장례식 참석 포기하는 사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8일자 사설을 통해 입국 규제 대상인 외국인 중 영주권자에 대해 “일본에 10년 이상 살면서 납세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재입국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외국인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11개국ㆍ지역으로부터 외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데, 영주권을 가진 사람과 일본인의 배우자들도 포함된다. 이들이 해당 국가에 다녀올 경우 원칙적으로 재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중병에 걸린 부모 등 고국의 친족을 문병하거나 외국에 있는 회사 경영을 위해 현지를 방문하고 싶어도 재입국 불허 방침에 어쩔 수 없이 출국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국은 가능하지만 생활 터전인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현재 허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외치고 있는 ‘외국인과의 공생’의 기만성과 빈약함을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낸 꼴”이라며 “불합리한 시책을 즉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선진국도 방역을 위해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장기 체류자나 자국민과 결혼한 외국인의 재입국 거부 등의 장벽이 없다”며 “일본도 재입국을 인정한 뒤 공항 등에서 감염 여부를 체크하고 자율 격리를 요청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일본의 영주권자는 78만3,513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0일 NHK는 11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무역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 이모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의 재입국 불허 방침에 장례식 참석을 포기했다.
일본 법무성은 영주자, 일본인과 결혼한 외국인, 일본 영주자와 결혼한 외국인이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일본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이씨는 어머니의 장례식이 특단의 사정에 해당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당국으로부터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사히는 “지난달 국회에서 이 같은 사례가 소개됐다”며 “정부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입국 금지 대상 국가ㆍ지역에 머물던 일본인의 귀국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 또 2차대전 이전부터 일본에서 머물고 있는 재일한국인ㆍ조선인과 그들의 자손인 특별영주자는 입국 금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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