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훙위 화차오대 국제관계학원장
“한국 개입 땐 파워게임 희생양 우려… 홍콩은 내정, 美 제재 걱정 안해”
미국과 중국이 양보 없는 극한의 충돌로 치닫고 있다. 린훙위(林宏宇) 중국 화차오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조급한 미국은 갈수록 포용성을 잃은 채 포악해지고 있다”면서 “체제가 이질적인 중국을 강력한 도전세력으로 경계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중 갈등에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강대국 간 파워 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과 관련, “시기는 11월이나 12월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린 원장은 중국 국무원 전문가 자문위원과 국제관계학회 상무이사 등을 지냈다.
_미중 양국이 갈수록 격렬하게 충돌한다. 왜 그런가.
“미국은 다른 강대국들과 국제적 위상이나 주도권을 함께 향유하려 하지 않는 나라다. 이에 비해 중국은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 가치관, 문화사적 전통이 서구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은 개혁ㆍ개방 40년 동안 중국이 기대만큼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갈수록 상대적인 국력이 저하돼 외부의 도전과 위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연히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협력 공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태다. 중국은 일대일로(육상ㆍ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평화적인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자신의 지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_최근의 미중 관계를 ‘신냉전’으로 부르는 데 동의하나.
“묘사적인 표현으로는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 신냉전이라는 말은 현재의 미중관계를 휘감고 있는 긴장과 동요의 상황을 간명하고도 난폭하게 표현하고 있다.”
_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중관계가 달라질까.
“중대한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운 구조다. 대중 정책의 본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중국을 상대하면서 완급을 조절하거나 우선순위는 일부 바뀔 수 있다.”
_미국의 전방위 파상 공세에 중국은 어떻게 반격하나.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지와 막가파식 공격이다. 하지만 저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냉철하게 상황을 관찰하며 기반을 다지고, 전략적 통일성을 관철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과 싸우면 양쪽 모두 다치고 반대로 화합하면 서로에게 이롭다는 이치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_미국이 실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까.
“홍콩은 중국의 내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홍콩 제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홍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주권 문제를 놓고 결코 미국과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서방국가들의 어떠한 간섭이든 단호하게 반대하고 배격해야 한다.”
_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무책임한 국가의 정부가 져야 한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서야 바이러스 전파를 늦췄고, 그로 인해 다른 국가들은 바이러스에 적극 맞서 싸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 중국의 희생에 따른 성과는 한국의 방역 성공 사례에서 보듯 명확하게 알 수 있다.”
_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는데.
“오로지 자력갱생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친구를 찾아 협력할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_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현실적인 대가의 무게를 미중 양국 어느 쪽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_시진핑 주석은 언제쯤 방한할 것으로 예상하나.
“연내에 방한할 것이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다. 세계화와 글로벌 거버넌스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현 시점에 한중 양국이 소중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양국 지도자 간 소통과 조화가 필수적이다.”
_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은 최소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자칫하면 미국에 의해 ‘총잡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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