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위기에 숨죽인 삼성… ‘사법리스크’ 장기화엔 깊은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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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위기에 숨죽인 삼성… ‘사법리스크’ 장기화엔 깊은 근심

입력
2020.06.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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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혐의로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8일 삼성 내부는 극도의 위기감 속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위기 돌파를 위한 주요 의사결정이 전면 중단될 공산이 큰 탓이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언론의 이 부회장 혐의 보도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입장문을 냈던 삼성은 이날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 없이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파기환송심을 받는 와중에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에 따른 위기 국면에서 이 부회장이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사업부문의 경영 방향을 제시해온 터라 행여 법원이 구속 결정을 내릴 경우 ‘리더십 공백’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더구나 최근 한일 갈등을 빌미로 일본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의 핵심 장비ㆍ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관련 뇌물 혐의로 구속돼 1년 가까이 수감되고 그룹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되자 삼성은 구심점 약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경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총수가 (2017년부터)4년째 재판에 연루돼 있다 보니 큰 전략을 세우고 방향을 전환하는 작업은 그간 멈춰섰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다만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이 불법행위 지시 및 보고 등 핵심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데다가 법조계 안팎에서 구속 수사 필요성이 적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만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예컨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3가지 구속 사유 가운데 △일정한 주거 없음 △도주할 염려는 이 부회장의 상황과 거리가 멀고 △증거인멸 염려는 검찰이 1년 6개월 간 50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 소환조사를 통해 철저히 수사해온 점에 비춰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자신의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 맡겨달라고 요청한 다음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 기소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터라 총수가 또 한 번 장기간 송사에 휘말리며 리더십 불안이 재연될 거란 사내 우려는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시스템반도체,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등 이 부회장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지연될 경우 고스란히 국민 경제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내놓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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