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미국 흑인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어느덧 전 세계인을 한 데 아우르는 화합의 장으로 변모했다. 6일(현지시간) 시위가 12일째 접어들면서 평화가 자리 잡은 거리에 폭력과 최루탄이 설 자리는 없었다. “거리 축제와 같았다(워싱턴포스트ㆍWP)”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50개주(州) 전역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참여 도시 규모만 보면 역대 최다였던 2017년 1월 ‘여성행진’(650곳) 때보다 많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 맞은편 라파예트광장 앞을 막던 무장 경찰과 주방위군은 사라졌고 그 자리엔 1만명 이상의 시위대들이 모여들었다. 춤과 음악이 곁들여진 흥겨운 집회는 워싱턴은 물론 뉴욕,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뉴욕에선 시위대 수천명이 밴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브루클린 다리를 넘어 행진하기도 했다.
축제 분위기에 더해 추모의 농도도 짙어졌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희생자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는 두 번째 추도식이 이날 출생지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퍼드에서 열려 4만명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인종차별 반대 열기는 지구촌으로 확산했다. 이날 서울을 포함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케냐 나이로비 등에서 크고 작은 차별 금지 집회가 개최됐다. 서울 명동에서는 시민 150여명이 참가해 이번 시위를 통해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당국의 대응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워싱턴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등에선 야간통행금지령이 풀렸고 경찰과 주방위군에는 강압적 진압을 제한하는 지시가 연이어 내려왔다. 특히 워싱턴 인근에 배치됐던 병력 1,600명 대부분이 본 기지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폭넓은 참여는 평화를 정착시킨 원동력이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인구 2~3만명에 불과한 도시에서도 인종차별과 폭압적 공권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다”고 평가했다. 바닥 민심까지 잡은 강력한 화두가 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일명 ‘2020 정의로운 경찰활동법’으로 명명된 경찰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체포 과정에서 ‘목 조르기’ 행위를 금지하고 경찰관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물론 경찰노조 등의 거센 반대가 예상돼 법 통과는 미지수다.
달라진 시위 문화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는 굳건했다. 전날 트위터에서 “성조기 앞에 무릎을 꿇어선 안 된다”고 시위대를 비판하더니 이날 늦은 밤엔 “워싱턴에서 예상보다 적은 군중이 모였다”며 시위를 계속 평가절하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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