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우리집’ 60대 소장 숨진 채 발견… 적막 흐르는 쉼터
윤미향, 동료들 보고 눈물… 이나영 이사장 “취재 경쟁 자제를”
정의기억연대 쉼터 소장 손모(60)씨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 주변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비보를 접한 정의연 관계자들은 이날 쉼터에 모여 함께 고인을 애도하고 세부적인 장례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연남동 쉼터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먼저 쉼터에 와 있던 윤미향 의원은 오전10시20분쯤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도착한 정의연 관계자 7명을 쉼터 마당까지 나와서 맞이했다. 윤 의원은 동료들을 마주하자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리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쉼터로 들어간 윤의원은 취재진을 의식한 듯 오후 내내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오후 6시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쉼터를 빠져나갔다.
정의연 측의 공식 입장은 윤 의원이 아닌 이나영 현 정의연 이사장이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오후2시10분쯤 쉼터 대문을 열고 나와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 이사장은 “고인은 검찰의 갑작스런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 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며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손 소장은 16년 가까이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보살펴왔다. 부산의 한 수도원에서 행정 업무를 맡아 하던 그는 지난 2004년 5월 서울에 올라와 처음 쉼터와 인연을 맺었다. 손 소장은 할머니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돕기 위해 쉼터와 가까운 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까지 이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 소장은) 급여는 80만원밖에 못 드린다는데도 서울까지 와줬던 사람”이라며 과거 그를 회고하며 썼던 글을 다시 올리기도 했다. 다만 윤 의원은 2017년 4월 평화의 우리집에서 생활하던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했을 때 손 소장 개인 명의의 계좌로 조의금을 받은 바 있어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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