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내 反中 정서 한몫 한 듯

올해 1월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에게 패배한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이 탄핵됐다. 취임 1년 반 만으로 대만 역사상 중도 하차한 첫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겉으론 시정 방기가 탄핵 원인이지만 최근 대만 내 반중(反中) 흐름을 타고 한 시장의 중국 우호적 성향이 낙마의 결정적 원인이란 해석이 나온다.
6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한 시장 탄핵 여부를 묻는 소환투표에서 유효투표 96만4,141명 중 97.4%인 93만9,090명이 찬성하면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한 시장은 소환투표의 정치적 목적을 들어 투표 불참(보이콧)을 호소했으나 전체 유권자의 4분의1(57만4,996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됐다.
한 시장의 탄핵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시민단체 ‘위캐어 가오슝’은 대선 출마에 따른 시정 소홀을 이유로 그의 탄핵을 추진해 왔다. 대만 빈과일보가 지난달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 시장 탄핵에 동의한 응답자는 65.0%에 달해 반대 비율(20.4%)을 압도했다.
최근 불붙은 대만 내 반중 정서는 결정타를 날렸다. 한 시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당은 차이 총통의 민진당보다 안정적인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중시해 현지에서 친중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만 언론은 차이 총통의 압승 역시 홍콩의 반중 시위 등과 관련해 대만 젊은이들이 국민당 대신 민진당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불의하고 부정한 선거였다”면서도 “다음 시장이 가오슝시를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투표 결과에 승복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당권인 국민당 주석 자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진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투표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대만 민주주의 발전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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