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는 마스크 사기범들을 수장시키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현지에선 사기범들의 죄질이 나쁜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잇단 발언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7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4일 전체 부처 회의에서 “국민들은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로부터 마스크를 사는 것을 주의하라”면서 “이들을 발견하면 즉시 파시그강에 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시그강은 수도 마닐라를 관통하는 필리핀의 대표 하천이다.
심지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기꾼들을 수장시키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마스크가 배달된 후 주문한 것과 다르면 일단 배달한 사람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묶은 뒤 차량에 실어 밤에 강 물속에 던지면 된다”고 덤덤히 설명했다.
두테르테는 이어 “사기꾼들의 죽음은 아무도 신경 안 쓸 것”이라며 “나부터 사람들의 고통을 이용하는 악당들을 파시그강에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발언이 공개되자 필리핀 매체들은 “대통령의 방식은 갱(조직 폭력배)이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경찰관이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직설 화법과 막말로 유명한 두테르테는 앞서 5일에도 “마약 밀매업자들을 죽여버리겠다”고 선전 포고를 한 바 있다. 2016년 7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뒤 단일 적발로는 최대 규모인 마약 756kg이 최근 압수된 사실을 알고 격분한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4월에는 “코로나19 봉쇄령을 위반하는 시민을 사살하라”고 말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발언이 나온 후 필리핀 남부 아구산 델 노르테주(州)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한 경찰관은 봉쇄 조치에 항의하던 63세 남성 A씨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피해자가 현장에서 즉사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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