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날이 늘어나면서 자외선지수가 높은 날이 많아지고 있다. 자외선지수는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떴을 때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을 지수로 환산한 것이다. 자외선지수가 높은 날은 햇볕 노출에 대해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태양 빛은 파장에 따라 가시광선ㆍ자외선ㆍ적외선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외선은 10~400㎚에 이르는 파장의 빛이다. 인체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은 자외선 A와 자외선 B이다.
자외선 A는 피부세포 상부의 멜라닌 색소를 활성화해 피부를 검게 하며, 피부 속 결체조직과 혈관에 영향을 미쳐 피부 주름을 만들고,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자외선 B는 멜라닌 색소 생산을 늘려 피부를 검고 두껍게 만들며,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피부가 붉게 변하고 물집이 잡히는 일광화상이 생길 수 있다.
눈이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광각막염과 광결막염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또한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익상편ㆍ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익상편은 섬유혈관조직이 안구 흰자위에서 검은 눈동자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각막을 침범해 안구 표면에 하얀 막이 생기는 질환이다. 백내장은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실명의 주원인인데, 자외선 B에 노출되면 진행이 빨라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외선 과다 노출을 피하면 백내장을 20% 정도 예방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외선이 우리 몸에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세포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하도록 자극한다. 비타민 D는 섭취한 음식 안의 칼슘 흡수를 돕고, 근육 발달, 면역 기능, 혈액세포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 비타민 D를 합성하려면 하루 20분 정도만 햇볕을 쬐면 충분하다. 하지만 요양원 등 수용시설에서 생활해 햇볕을 쬘 기회가 적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외출하는 여성은 비타민 D가 결핍되기 쉽다.
자외선은 치료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해 칼슘 흡수가 줄어 뼈가 연화되는 구루병, 피부에 홍반과 각질이 과다 형성되는 건선, 백반증 치료에 자외선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외선 과다 노출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에는 짙은 색상의 촘촘하게 짠 직물로 만든 긴 팔 상의, 긴 바지, 긴 치마를 입으면 자외선 차단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5~8㎝ 이상의 챙이 둘러져 있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모자를 써야 한다.
아울러 외출 30분 전에 피부 노출 부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고 2시간마다 다시 바르면 좋다. 구름은 자외선을 거의 막아 주지 못하므로 흐린 날에도 맑은 날의 80% 정도의 자외선이 피부에 도달한다. 따라서 흐린 날에도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좋다.
유리도 자외선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므로 장시간 운전하거나 창가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에는 SPF 지수와 PA 지수가 표기돼 있다.
SPF 지수는 자외선 B 차단 효과를 의미하고, PA 지수는 자외선 A 차단 정도를 나타낸다. SPF 수치가 무조건 높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외선 차단제에 포함된 성분이 많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 등의 실내에서는 SPF10, PA+, 간단한 실외 활동을 할 때에는 SPF10+, PA++를 선택한다. 스포츠 등 야외 활동 시에는 SPF30+, PA++,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SPF50+, PA+++처럼 차단 효과가 큰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야 한다.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려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선글라스 렌즈 색상과 자외선 차단은 거의 관계가 없다. 선글라스가 자외선을 제대로 차단하는 제품인지 확인하려면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하는 ‘UV400’ 인증 마크를 받은 선글라스를 택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