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미니홈피 모방 QQ쇼 발판 ‘시총 삼성전자 2배’ 우뚝
싸이월드, 모바일 시대 적응 실패… 개인정보 유출 후 쇠락
시가총액 4조1,300억 홍콩달러(약 644조원), 모바일 메신저 위쳇의 월간 순이용자 12억명.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간판인 텐센트의 현재 위상이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331조원)의 2배다. 세계시장에선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에 이은 7위(3월말 기준)다. 수많은 ‘짝퉁’ 서비스를 양산하면서 입혀진 ‘카피캣’이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성과다. 22년만에 아시아 최대 기업으로 우뚝 선 텐센트의 성장일기는 최근 전해진 국내 싸이월드의 폐업 소식에 다시 한번 강제 소환되고 있다. 오늘날 텐센트는 사실상 싸이월드에서부터 잉태됐다는 건 IT업계의 정설로 내려오고 있어서다.
1998년 창업한 텐센트의 본격적인 성장판을 살펴보기 위해선 1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2년, 당시 무료 인터넷 메신저 ‘QQ’를 3년째 서비스 중이었던 텐센트는 뚜렷한 수익 모델 찾기에 실패하면서 방황했다. 사용자 수는 1억명을 돌파했지만, 이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출구 전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텐센트는 뜻밖에도 싸이월드에서 출구전략을 찾아냈다. 당시 시장조사차 방한했던 텐센트 생산관리부장이 마화텅(馬化騰) 최고경영자(CEO)에게 ‘싸이월드’와 ‘아바타 꾸미기’를 소개한 것. 마화텅 CEO는 기획안을 본 순간 성공을 확신했고, 이를 베껴 ‘QQ쇼’라는 유사한 서비스를 내놨다. ‘텐센트 제국’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텐센트의 거침없는 질주는 시작됐다. 현재 QQ의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6억9,400만명이고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MAU는 12억명에 달한다. 메신저로 시작한 텐센트의 사업 영역은 게임에서부터 포털과 금융,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포용하면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작 텐센트의 폭발적인 성장에 씨앗을 제공한 싸이월드는 초라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다. 5일 현재까지도 싸이월드 홈페이지는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고, 메인 홈페이지에 접속하더라도 로그인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에는 싸이월드가 지난달 26일 폐업한 것으로 신고돼 있는데, 업계에서는 자진 폐업신고가 아닌 체납 등의 이유로 사업자등록이 말소 처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싸이월드가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의 몰락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1999년 커뮤니티 서비스로 국내 인터넷 세상에 등장한 싸이월드는 초반 ‘다음 카페’와 ‘프리챌 커뮤니티’ 서비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회는 2001년, 프리챌이 커뮤니티 전면 유료화란 자충수를 두면서 찾아왔다. 프리챌에 크게 반발한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 둥지를 틀었다. 각자 자신만의 온라인 공간을 가지고 서로 교류한다는 개념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인맥을 쌓는 데 익숙했던 당시 10, 20대 젊은 층을 그대로 흡수했다.
단순한 프로필 기능만 하던 미니홈피는 사진첩과 갤러리, 방명록, 다이어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10, 20대 사이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각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형성된 시대의 흐름에 맞춤형 콘텐츠로 자리한 셈이다. 외형도 확장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이후 포털사이트 ‘네이트’ 및 메신저 서비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가 연동되면서 싸이월드는 명실상부 ‘국민 서비스’로 성장했다.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서 한 때 가입자 수가 3,20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싸이월드 시대는 2010년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저물어갔다. 140자 단문 서비스인 트위터와 글로벌 SNS로 출몰한 페이스북은 국경을 넘어 전세계 이용자들을 친구로 맺어주면서 네티즌들을 무차별적으로 포섭했다. 변해버린 외부 환경도 싸이월드에겐 악재로 다가왔다. 우선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손바닥만한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무거웠다. 이어서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파동은 싸이월드를 2014년 모회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리시키는 빌미도 제공했다. 수익은 줄었고 서비스 혁신은 사라졌다. 직원 임금의 상습 체불에 퇴사자는 줄을 이었고 회사 대표는 직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
과거를 추억하는 이용자들이 현재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싸이월드에 저장됐던 수많은 기억들이 적어도 인터넷 세계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이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접속 오류 논란이 시작된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서비스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라며 운영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비스 지속을 장담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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