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강조하는 ‘기본소득’이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초선 의원 모임에서 “정치의 목표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라며 다가올 대선에서도 이를 통한 약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 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다가올 미래에 “고용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소득보장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연구와 기본소득 논의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국내에서 그리 오랫 동안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 지적대로 배가 고파도 빵조차 살 수 없는 사람, 미래에 인공지능 등 신기술로 일자리를 잃을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보장 방법은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 문제 등 이 논의에서 늘 제기되는 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당위만 강조하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증세 없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증세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가능할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아가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 체계와 상충해 이중삼중의 비용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해소하고, 생계 지원을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할 때 생기는 복지 후퇴 효과를 어떻게 막을지 등 고려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보다 복지 수준이 앞선 서구 어디에서도 이를 전면 도입한 국가가 아직 없는 것도, 이 정책을 진작 거론한 여당이나 청와대가 신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진보, 보수, 중도 따지지 않고 국민을 위한 상품을 내놓겠다”며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꺼낸 것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예산 낭비라며 무상급식에 반대하던 보수 야당이 이 정도 변화를 시도하겠다면 어설프더라도 청사진이 있어야 마땅하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할 수 있다는 건 환상”이라고 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복지를 축소하는 건 아니라면서 복지도 강화하고 기본소득도 하는 건 돈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증세는 “함부로 할 수 없다”니 종잡을 수 없다.
실행 방법은 묘연한데 대의만 앞세우니 중도층 지지 확장을 노린 이미지 전환 전략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시선을 불식하려면 통합당 스스로 진지한 논의를 거쳐 이 이슈를 선점했던 여당보다 먼저 합리적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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