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살해’라고 표현하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독일 ZDF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사태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직접적 비판은 피하면서도 “정치인으로서 내 포부는 항상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라며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은 논쟁적”이라고 넌지시 꼬집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조지 플로이드 살해는 매우 끔찍하다”면서 “인종주의는 끔찍하고, 미국 사회는 매우 양극화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5일 비무장 상태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인종차별과 흑인 불평등,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져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과격 발언이 소요사태에 영향을 줬냐’는 기자 질문 “나의 정치적 포부는 항상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화해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해 우회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위대의 과격 양상과 관련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는 등의 트윗을 올려 분열적 언사로 비판을 받았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미국 대통령이 정말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냐’는 기자의 추가 질문을 받자 “내가 하려는 말은 이 나라(미국)가 매우 양극화돼 있고, 사람들이 화합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이미 논쟁적이고, 그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면서 독일 사회의 자성 역시 촉구했다.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는 ‘미국 우선주의’ 방침의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충돌을 빚어온 바 있다. 최근에도 메르켈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6월 말 미 워싱턴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는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폴리티코)는 전언도 나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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