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통합당은 공세적, 여권은 신중… 공수 뒤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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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통합당은 공세적, 여권은 신중… 공수 뒤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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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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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정부는 “아직 적절한 여건 아니다” 일축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의 예방을 맞아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기본소득제’ 논의의 파장을 저울질하는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 검토를 공식 언급하면서다. 애초 기본소득을 ‘퍼주기’로 간주했던 보수 야당은 논의 확대에 공격적 태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반면 앞서 기본소득제 논의를 만지작거렸던 여권은 되레 신중한 검토에 힘을 주는 입장이다. ‘뒤바뀐 공세’ 구도 자체가 김 위원장이 내심 원했던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정치권과 달리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 등장과 함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과 관련해 보수야권 인사들은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는 분위기다. 먼저 대선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젊은이들을 끌어 안기 위한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을 한 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조만간 시작할 정책연구소의 최우선 과제로 기본소득제를 꼽았다. 2011년 무상급식 추진에 반대해 시장직을 던졌던 오 전 시장의 경험에 비춰보면 상당한 변화다. ‘무상급식 반대’와 ‘진주의료원 폐쇄’ 등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왔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 역시 최근 기본소득 개념을 다룬 ‘보통 사람들의 전쟁’을 읽으면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야당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난 4ㆍ15 총선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효과’ 가 표로 확인됐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향후 선거를 생각할 때 기본소득이란 의제를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만 방치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는 여권은 기본소득 논의 자체를 반기고는 있다. 다만 이를 띄우는 김 위원장의 의도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복지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게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은 복지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며 “통합당의 기본소득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및 ‘실업 부조’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기본소득과 관련해 “재원마련 방안과 기본소득 지급 방안 등 하나하나가 한국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넣을 의제들”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그는 “반드시 필요한 증세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며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보다 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기자들을 만나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논의와 무관하게 정부는 기본소득 도입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기본소득제는 특별히 이번에 논의된 것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국회 대정부 질문 때마다 계속 제기됐던 사안”이라며 “정부의 일관된 답변은 기본소득제 도입에 아직 적절한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런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회의적인 기류가 더 강하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해 본 국가가 전무하다”며 “참고할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또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기초연금 등 기존 복지체계 전반을 다 정비해야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면서 “각 복지제도에 걸려있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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